소행성 첫 한국인 이름은 '관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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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주의 작은 별, '소행성' 에 지난 93년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이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후루카와 기이치로 (古川麒一郎) 전 (前) 도쿄천문대교수는 8일 자신이 발견한 한 소행성에 '관륵' (觀勒.KANROKU) 이라는 명칭을 붙여 국제천문연맹 (IAU)에 등록했다고 알려왔다.

관륵은 백제의 천문학자로 당시 일본에 건너와 달력과 천문학.지질학등에 관한 지식과 책을 전달한 일본 천문학의 비조 (鼻祖) .그의 문하에 있던 세 사람의 일본천문학자들은 일본의 고대달력을 전파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사이에 몰려있는 돌덩어리 별들로 길이가 작은 것은 수십㎝에서 큰 것은 수백㎞에 이르며 1만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행성은 천문학계에서 혜성과 함께 발견자가 자유롭게 명명할 수 있는 우주물체이나 지금까지 국내학자에 의해 발견된 적이 없었으며 우리나라와 관련된 명명도 없었다.

후루카와박사는 "과거 일제의 행동을 조금이라도 사과하는 마음에서 소행성에 한국 관련 이름을 붙이게 됐다" 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발견, 명명한 소행성은 40여개에 이른다.

그는 지난해 동료교수인 와타나베씨에게 부탁, 와타나베교수가 발견한 소행성에 세종 (SEJONG) 이라는 이름을 붙여 최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종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동양에도 세계적인 천문유산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것. 후루카와 박사는 향후 자신이나 동료가 발견하는 소행성에도 '한국 이름' 을 붙일 계획. '첨성대' 와 '선덕여왕' 이 0순위 후보며 조선시대 일본에 건너간 통신사들의 이름도 고려하고 있다.

소행성은 최근 들어서는 일본의 학자.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 등록하고 있다.

소행성의 이름은 당초에는 그리스 여신의 이름에서 따왔으나 그 수가 늘어나면서 정치.종교색이 없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나 무관하게 됐다.

국내학자의 발견이 전무한 것은 소행성 전문 천문학자가 거의 없는데다 아마추어 천문동호인도 1천명 정도로 일본의 1%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천문대 박석재 (朴碩在) 박사는 "우주강국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천문 저변인구가 크게 늘어야 한다.

소행성에 국민들이 관심을 쏟아야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이라고 말했다.

김창엽·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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