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남아에 거액물려 주가 폭락…종합상사들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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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불황에 강한 기업' 이라던 일본 종합상사가 휘청거리고 있다.

액면가 5백엔 (약 6천원) 인 일 종합상사들의 주가는 금융위기에 빠진 동남아 국가들에 거액이 물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락세를 타기 시작, 지난해 6월 6백엔대였던 이토추 (伊藤忠) 상사가 한때 1백82엔까지, 도멘의 주가는 지난 1월 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인 55엔까지 내려앉았다.

종합상사들의 몰락은 덩치키우기에만 신경을 쏟다가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 종합상사들의 자기자본비율은 기업 성격상 제조업체보다 훨씬 낮다.

스미토모 (住友) 상사는 10.34%, 니쇼이와이 (日商岩井) 는 5%에 불과해 최근 회사 운영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근근히 조달하는 실정이다.

리스크 관리도 부실하다.

미쓰비시 (三菱) 상사가 야심차게 진출했던 파친코 카드사업은 위조카드가 나돌면서 사업 자체가 백지화됐다.

스미토모 상사는 런던지점의 동 (銅) 부정거래 사건으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니쇼이와이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4백억엔을 물려버렸다.

이 때문에 일 종합상사들은 생존을 위한 사업다각화등에 나서고 있다.

마루베니 (丸紅) 는 주력이었던 화학플랜트 사업을, 스미토모는 전략사업인 합성수지 부문을 자회사로 넘겨버렸다.

미쓰비시는 4개였던 금속본부중 2개를 없앴다.

회사내 고급인력을 이용해 새로운 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미쓰이 (三井) 물산등 5개 종합상사들이 앞다투어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에 진출했고 다른 업체들도 금융빅뱅 시대를 맞아 은행.증권.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진출을 선언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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