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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생 140만 명 휴교 … 여행·출장 취소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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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8일 오후 4시 일본 오사카(大阪)시 한복판에 있는 호리에(堀江)중학교. 하교 시간인데, 교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학교 정문에는 ‘25일까지 휴교하고 이후 휴교 연장 여부는 가정으로 연락해 준다’는 방이 붙어 있었다. 도로에는 흰색 마스크를 낀 어른들의 모습만 보였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에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가 확산되면서 중심지인 오사카·효고현 등 2개 현에서 4043개 교육기관이 모두 일주일간 휴교하면서 중고생들의 모습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총 140여만 명의 학생들이 일주일간 집에서 대기하게 된다.

17일 니가타에서 열린 프로축구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빗셀 고베전에 팬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와 관전하고 있다. [니가타 AP=연합뉴스]

과거에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으로 몇몇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진 적은 있으나 광역지자체 단위로 휴교령이 내려지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효고현은 휴교조치를 초등학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JR 신오사카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수학여행을 떠나려던 오사카시립 다카쿠라(高倉) 중학교 학생 160명은 플랫폼에서 “수학여행이 급작스럽게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도쿄 디즈니랜드와 국회의사당 방문 등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은 신종 플루로 휴교조치가 내려진 소식을 전해 듣고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24일까지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오사카와 인근 지역 600여 개 초·중학교도 일제히 행사를 취소했다.

일 정부는 18일 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오사카와 효고현에서 추가로 48명의 감염자가 확인돼 일본 내 신종 플루 감염자가 144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은 주로 학생들이 많았으나 주말부터는 회사원과 은행원 등 일반인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 언론들은 “1000명까지 확산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신종 플루에 얻어맞은 오사카 등 간사이는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오사카에선 스포츠 시설과 영화관 가운데에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미쓰비시(三菱)도쿄UFJ은행의 오사카 산노미야(三宮)지점에선 20대 행원 한 명이 감염자로 확인되자 지점장 등 직원 70명 모두가 출근을 중지했다.

상가도 한산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저녁 퇴근 시간에도 번화가 우메다(梅田) 지구에는 인적은 한산한 채 무거운 정적만 맴돌았다. 점원들은 모두 마스크 차림이었다.

◆인천공항 환승 베트남 여성 추정 환자로=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환승하던 베트남 여성(22)이 신종 플루 추정 환자로 밝혀져 공항 인근 시설에 격리돼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베트남 여성과 같은 비행기에 탄 승객 209명 가운데 국내로 입국한 101명 전원을 추적 조사하고 있다. 한편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 연구팀은 18일 신종 플루의 인체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오사카=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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