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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회장 멱살 잡히고 맞아” 노측 “사측이 먼저 폭력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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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일 오후 1시쯤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S&T기전 본관 앞.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조합원과 S&T기전 현장위원회(일종의 노조) 180명이 13일부터 대형 천막을 쳐놓고 농성 중이었다. 현장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부산지방노동청의 조정신청이 끝나고 15명 정규직 전환과 노조간부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합법적인 쟁위 행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S&T기전 부산공장에서 최평규 회장(점선 내)이 노조원에게 폭행당하고 있다. [S&T 제공]

당시 S&T그룹 최평규 회장 등 회사 임직원 40여 명이 농성장을 찾았다. “외부인이 주도하는 불법 농성이므로 무단점거를 풀고 천막을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이 맞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 등 회사 측 임직원 6명과 노조 측 7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노조원들이 심한 욕설과 함께 최 회장의 멱살을 잡는 등 집단 폭행을 했다”며 “최 회장이 쓰러질 때 충격으로 목과 허리에 심한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 정밀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해도(50) 부산·양산지부장이 머리로 최 회장의 가슴을 밀었고 다른 조합원들은 주먹으로 때리고 옷자락을 잡아당겨 최 회장을 넘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제만호 S&T기전 대표이사 등 회사 임직원 5명도 심하게 다쳤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S&T그룹 측은 “최 회장이 조합원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주먹으로 맞는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의 얘기는 다르다. S&T기전 현장위원회 신한숙(47·여) 대표는 “최 회장 일행이 임직원 40여 명과 들이닥쳐 천막을 칼로 찢고 무너뜨렸다”며 “당시 천막 안에는 조합원 6명이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천막을 무너뜨리기에 동지들에게 지원요청을 했고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조합원들이 달려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회장이 차 지부장을 허리를 안고 넘어뜨린 것이지 머리로 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합법적인 쟁의행위 돌입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이 먼저 폭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차해도 지부장 등 조합원 7명이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S&T기전 노사는 지금까지 모두 14차례 임금 인상을 위한 교섭과 조정 과정을 거쳤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만호 대표는 18일 담화문을 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합의가 없었고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았다”며 “노조가 불법행위들을 정당화하려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최 회장이)스스로 자행한 모든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불법적인 직장폐쇄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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