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보호자 간 소모적인 분쟁 막는 데 도움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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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의료윤리위원회 오병희 위원장(서울대병원 부원장·사진)은 “기존의 모든 항암 치료가 끝난 뒤에도 암세포가 점점 더 커지면서 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 처해 사망이 임박한 암환자가 사전지시서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사전의료지시서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이유는.

“말기 암환자가 본인의 의사와 달리 불필요한 생명보조 장치를 부착한 채 고통 속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보호자 의견을 따르면 어떤 문제가 있나. 현장 상황을 말해 달라.

“임종에 대해선 의사와 보호자, 보호자와 보호자 간에도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일례로 어느 60대 말기 암환자가 평소 ‘숨이 멎으면 인공호흡기를 절대 걸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막상 호흡이 멎으려는 순간 보호자가 의사에게 ‘다른 가족이 올 때까지 생명을 연장해 달라’고 부탁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그 이후 가족이 다 모여 담당의사가 기관지 튜브를 뺐는데, 보호자 중 한 명이 담당의사와 다른 형제들을 살인죄로 고발한 적이 있다. 사전의료지시서는 이런 불필요하고 소모적 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전의료지시서를 시행하는 것과 존엄사는 차이가 있나.

“존엄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도록 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전의료지시서는 연명치료 자체를 미리 시행하지 않는 게 목적이다. 환자가 아직은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임종 방법에 대해 미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연명치료 중단은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사전의료지시서는 연명치료를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

-언제부터 준비했나.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대병원 의료윤리위원회에 처음 상정됐다. 국내외 사례를 검토하고 변호사 자문 후 최종 승인됐다. 일단 6개월 시행해본 뒤 미비점을 보완하려 한다.”

-다른 질병으로 확대할 것인가.

“현재로선 말기 암환자만 대상이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의료윤리위원회=진료부원장, 소아부원장, 내과·외과 과장, 변호사 1명, 법의학자 1명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2001년 3월 시작돼 의료윤리의식 제고, 의료분쟁 예방 등을 논의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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