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할이요? 제가 어떻게” 손사래치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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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할이요? 꿈도 안 꿔봤어요.”

김현수(21·두산)가 손사래를 친다. 입단 3년차인 지난해 타율 3할5푼7리로 타격왕에 오른 그다. 역대 최연소 타격왕, 양준혁(2001년·0.355) 이후 7년 만의 3할5푼대 타율 진입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베이징 올림픽(2008년)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009년)을 통해 국제무대에서도 능력을 검증받았다. 이런 김현수도 “4할은 꿈의 기록이다. 내가 넘볼 수 없는 고지”라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27년 만의 4할 타자’ 탄생을 기대해 본다.

타율 4할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 백인천(당시 MBC·0.412) SBS 해설위원만이 도달했다. 94년 ‘야구천재’로 불리던 이종범이 시즌 종료를 22경기 앞둔 8월 21일까지 4할을 유지했지만 결국 3할9푼3리로 시즌을 마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41년 보스턴의 테드 윌리엄스 이후 4할 타자가 탄생하지 않았다. 일본 리그는 아직 단 한 명의 4할 타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희망을 품어볼 만하다. 18일 현재 김현수는 4할1푼4리로 타격 1위에 올라 있다. 2위 정근우(SK·0.4121)와 3위 페타지니(LG·0.4117)도 4할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5월에 접어들면 타격 선두권의 타율도 3할대 후반으로 떨어지게 마련. 하지만 올 시즌에는 전체 532경기 중 148경기(28%)가 진행된 18일에도 3명의 타자가 4할대를 유지하고 있다. 역대 두 번째로 오랜 기간 동안 2명 이상의 선수가 4할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최장 기록은 삼성 장효조와 롯데 김용철이 전체 175경기가 진행될 때까지 각각 4할1푼5리, 4할4리의 타율을 기록했던 87년에 나왔다.

프로구단 감독들은 “4할 타자 탄생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타고투저가 극심한 올해라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타자를 압도할 만한 투수는 각 팀에 한두 명뿐이다. 타고투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한화 감독도 “타자들의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 반면 투수들의 성장 폭이 크지 않다. 홈런은 물론 타율도 높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올 시즌 8개 구단 평균자책점은 4.63으로 2001년(4.71) 이후 가장 높다. 이에 비례해 타율도 2할7푼2리로 2001년(0.274)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 중이다. 4할 타자에 대한 기대감을 미리 접을 이유는 없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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