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 이어지겠지만 주가 V자 상승은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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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가, 이제는 싸지 않다.”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골드먼삭스와 함께 미국의 양대 투자은행(IB)으로 자리매김한 모건스탠리의 샤론 램(사진) 이코노미스트는 코스피지수가 저평가 국면을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램은 미국의 금융투자 전문지인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스와 홍콩의 유력 경제지인 아시아머니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아시아 지역 경제 및 투자 전략 관련 이코노미스트다. 한국과 대만의 경제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경쟁사인 골드먼삭스와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에 비해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본지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그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한국 경제를 상대적으로 좋게 전망한 이유는.

“한국의 선진국 수출 의존도는 낮아진 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 한국의 수출은 늘어나게 돼 있다. 또 원화 가치가 떨어져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환율보다는 과거 원화 절상 시절에 한국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투자를 늘린 게 더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이런 점과 함께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선전하고 있는 사실을 높게 평가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얼마만큼 잘하고 있는가.

“한국은 일본에 이어 중국에 둘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다. 현재는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머지않아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제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중국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 국가가 될 것이다.”

-지난 3월과 4월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주가가 비싸다고 진단했다. 그런데도 3월 중순 이후 한국 주가는 많이 올랐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 주가는 싸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한국 주가가 비싼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3~ 4월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주가가 비싸다고 분석한 것은 기업들의 수익 전망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즉 외국계 증권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주가를 비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왔다. 그래서 3월 중순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다. 그러나 1분기 기업 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제는 싸지 않다.”

-최근 들어 원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바람에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

“원-달러 환율 1250원이 한국 기업의 수출에 문제가 된다고 보진 않는다. 2008년 상반기 이전의 원화 강세일 때도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상승했다. 수출 경쟁력에 환율은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을 더 유심히 봐야 한다. 2008년 상반기에 비해 원화는 엔화에 대해 50~60% 절하돼 있는 상태다. 당분간은 이 격차를 좁히기 힘들 것으로 본다.”

-원화 가치는 얼마만큼 오르겠는가.

“달러당 1250원대라고 해도 여전히 원화가 저평가돼 있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원화 가치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최근의 원화 가치 상승을 촉발한 경상수지 흑자는 더 이상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앞으로 몇 달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의 추가 유입이 있으면 원화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러나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 한다고 해도 V자형의 상승 추세를 이어가기는 힘들다. V자형 상승은 이미 끝났다. 3분기에 조정을 받고 4분기에 다시 상승세로 복귀할 것이다.”

-최근 과잉 유동성 논란이 있다. 부동산 가격도 들썩인다.

“유동성은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나면 대출은 오히려 줄었다. 신용 증가가 없는 한 더 이상의 자산가치 상승은 힘들다. 최근의 자산 가격 반등은 유동성 증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신뢰 회복에 따른 반등으로 봐야 한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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