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병 찬양 '咸寧殿시첩' 발견…고종앞에서 매국찬가 이어짓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토 히로부미 (伊藤博文) 등 일제 침략의 원흉들과 이완용 (李完用) 등 친일 거두들이 한일합병 직전 고종 앞에서 합병을 찬양한 대형 시첩 (詩帖) 인 '함녕전 (咸寧殿) 시첩' 이 발견됐다.

한일합병 1년전인 1909년 7월9일 고종은 덕수궁 함녕전에서 서울을 떠나는 초대 통감 이토의 송별오찬을 베풀고 시회 (詩會) 를 열었는데 이들은 이 자리를 빌려 침략과 매국이 절묘하게 결합된 칠언절구의 이 시첩을 남겼다.

명지대.LG연암문고 (위원장 유영구) 는 최근 일본에서 당시 이왕직 차관을 지낸 고미야 미호마쓰 (小宮三保宋) 의 후손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어렵게 입수해 3.1절을 기해 공개했다.

시회가 있기 3일전인 6일 일본이 이미 한국강점 방침을 서울에 체류중이던 이토에게 통보한 상태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는 이토를 비롯, 후임 통감 소네 아라스케 등 일본인 4명과 당시 대한제국 총리대신 이완용.내부대신 박제순 (朴齊純).법부대신 고영희 (高永喜).농상공부대신 조중응 (趙重應).궁내부대신 민병석 (閔炳奭) 등 5명의 친일파가 참가했다.

시는 이토가 먼저 그날 내린 비를 빗대어 시작하고 있다 - "고대하던 단비 내려 온 백성 적시고 (甘雨初來霑萬人)" 이어 시인 모리 - "함녕전의 꽃이슬 무척이나 아름다워라 (咸寧殿上露華新)" 후임 통감 소네가 이었다 - "일본, 조선이 어디 남남이오 (扶桑槿域何論態)" 이에 이완용이 받았다 - "두나라가 한집안이 되니 온 천하가 봄이로다 (兩地一家天下春)" . 시첩을 검증한 윤병석 (전인하대.한국사) 교수는 "이완용이 한일합병 문서에 날인한 문건은 남아있으나 이를 직접 획책.지지한 글로는 처음" 이라며 "국가적 수치를 담은 추잡한 매국찬가로 두고두고 반추케 하는 시첩" 이라고 평가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