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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김종필총리 인준 표결방식' 이견 좁히지 못한채 주말 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방식을 둘러싸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조순 (趙淳) 한나라당총재간의 청와대 영수회담 (27일) 으로 한고비를 넘긴 듯 했으나 이후의 상황은 오히려 더 거칠어지는 느낌이다.

여권은 야당이 변칙투표를 강행할 경우 실력저지로 맞서겠다는 방침이고, 한나라당은 여권의 실력행사가 있으면 본회의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응수하고 있다.

이 경우 여권은 아예 인준을 포기한 채 총리서리체제를 밀고 나가겠다는 계획이어서 본회의 공전 (空轉) 가능성은 물론 여야의 전면 대치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 여당 = 국민회의.자민련은 28일 당무회의.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전의원의 '주말 대야 (對野) 접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귀향활동을 일체 중단할 것과 본회의 1백% 참석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이 백지투표나 투표용지 없이 명패만 집어넣는 변칙투표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개별 의원접촉을 통해 정상적 투표 당부와 JP지지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여당측은 "투표할 때는 명패를 명패함에, 투표용지는 투표함에 투입한다" 는 국회법 조항 (114조) 을 들어 명패만 넣는 방식이 위법이란 주장이다.

백지투표 역시 무기명 비밀투표란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변칙투표를 시도할 경우 소속의원을 본회의장 통로.기표소.명패함.투표함 등 네 곳에 분산배치해 투표를 저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본회의 무산으로 총리인준이 불발에 그칠 경우 부득이 총리서리체제로 국정을 꾸려가겠다는 강경방침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김수한 (金守漢) 국회의장으로 하여금 변칙투표 자제 호소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중이다.

무기명 비밀투표만 이뤄지면 인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으로부터 20표 정도는 빼내 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도 저지 작전 수립에 한창이다.

본회의 전략수립을 위한 주요당직자회의와 총무단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일부 중진들이 '정공법 (正攻法)' 운운하면서 한때 누그러진 듯했던 분위기는 전날 3당총무회담 이후 강경으로 선회했다.

이런 배경에는 여당측에 두 가지 책임이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측의 설명. 우선 국민회의.자민련에 나돌았던 '한나라당의원 성향분석표' 가 그것이다.

극렬반대분자.선거법위반사범 등으로 의원들을 철저히 분석한 문서내용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크게 자극했다고 한다.

김재천 (金在千) 부총무는 "선거법위반 의원들을 대상으로 협박을 시도한 증거 아니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나라당을 분개시킨 두번째 요인은 박상천 (朴相千) 국민회의 총무의 27일 기자회견 내용. 총무회담이 끝난 뒤 朴총무는 "표결방법에도 합의를 보았다" 고 발표를 해버렸다.

이상득 (李相得) 원내총무는 "개인적으론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주려고 했는데 이제 朴총무가 미워서라도 할 수 없게 됐다" 고 말했다.

실제로 李총무는 무기명비밀투표를 통한 정면돌파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무단회의에서 표결방법을 포함한 구체적인 본회의전략을 대충 마무리했다.

국회법 위반논란이 있는 백지투표나 명패만 넣는 방법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득 총무는 "아직 당일전략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할 것" 이라며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의장만이 할 수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는 아니라는 시사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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