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수술 주선하고 생계비 후원 … 남편 일자리까지 알아봐 준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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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은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임풍씨(右)가 모내기를 도우러 온 김평호 검사(노란색 옷) 등 광주지검 순천지청 직원들과 함께 웃음을 짓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14일 오전 전남 여수시 돌산읍 우두리 하동마을. 베트남 출신의 이주여성 임풍(24)씨가 5개월 된 아들을 안고 달려 나왔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김평호(39) 검사와 실무관 정영봉(36)·김지희(29·여)씨 가 농사일을 돕겠다며 찾아온 것이다.

시아버지 강윤기(63)씨와 시어머니 이점순(58)씨는 텃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임풍씨는 남편 강동진(37)씨가 함께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강씨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 임풍씨는 “남편은 지난해 일감을 얻지 못해 2개월 정도밖에 돈을 못 벌었다”며 “최근 어렵게 얻은 일이라 새벽같이 일하러 나간다”고 설명했다.

2007년 5월 결혼해 여수에 온 임풍씨는 고향 베트남에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으로 집 안팎에서 부지런을 떨었다. 마을 이장 문정근(57)씨는 “어른 잘 모시고 일을 잘해 동네에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낳은 아들의 재롱에 이국 생활의 외로움을 잊고 있던 2월께 갑자기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갑상선 종양이었다. 그러나 수술을 받겠다고 나설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김 검사는 3월 초 임풍씨를 여천전남병원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받게 했다. 순천지청은 법무부와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펼치는 ‘사랑의 손잡기’ 캠페인의 하나로 이들 병원 14곳과 협약을 맺었다. 다문화 가족엔 의료비를 20% 깎아주고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준다.

순천지청 직원들은 분기별로 다문화 가족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결혼 이주여성의 멘토(조언자)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날 김 검사 일행은 고추를 지줏대에 묶는 작업을 하고, 모내기도 거들었다. 논 옆에 돗자리를 깔고 늦은 점심을 함께 먹었다.

임풍씨는 “순천지청 직원들을 만난 뒤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남편이 안정적인 직장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검사는 아이를 안아들며 “내가 삼촌이다. 아빠 일자리도 알아보마”라고 약속했다.

순천=천창환 기자

◆사랑의 손잡기 운동=법무부와 중앙일보의 공동 캠페인. 개인이나 단체가 수형자, 범죄 피해자, 다문화 가정 등과 결연을 맺고 후원하는 활동 . 참여 문의는 법무부 창의혁신담당관실(02-2110-3110, haeryun@moj.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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