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사활의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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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과 함께 경제위기의 조기 극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신문방송인협회 강연에서 “경기 급락세가 진정됨에 따라 비교적 단기간에 마이너스 성장이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줄곧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해온 것에 비하면 완연히 달라진 표현이다.

그러나 윤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통계적 착시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크다. 그가 거론한 ‘마이너스 성장의 종료’란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5.1%에서 올 1분기에 플러스 0.1%로 돌아선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여전히 어렵지만 전 분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 장관 스스로가 말했듯이 경기회복의 강도는 아직 미약하고,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도 올해 성장률은 -2.3%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굳이 전 분기 대비 성장률만을 부각시켜 마이너스 성장이 한 분기 만에 끝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없었다. 공연한 기대와 혼란을 부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보다는 윤 장관이 그 다음에 언급한 대로 지금은 섣부른 낙관론에 빠지기보다는 구조조정에 전념할 때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윤 장관은 이날 “기업 구조조정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들은 최근의 호전된 지표와 낙관론에 힘입어 구조조정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14일 “전부를 건지려다 전부 잃는 우를 범하지 말라”며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일부 대기업들의 안이한 자세를 경고했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경기 판단에 대한 섣부른 언급을 자제하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일관되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