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과천 재건축 펄펄 … 재개발은 규제 풀어도 냉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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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목은 끓는데 윗목은 냉골.” 부동산 전문가들이 요즘의 주택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아파트 거래가 늘고 모델하우스에 손님이 몰려 온기가 도는 건 사실이지만 특정 지역, 특정 상품에 한정된 현상일 뿐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상품별·지역별·크기별로 온도 차이가 뚜렷한 게 지난해와 다른 점이다.

◆한 바퀴만 굴러가는 주택시장=대표적인 투자상품으로 꼽히는 재건축과 재개발은 반대로 굴러가고 있다. 지난해 바닥을 헤매던 재건축 단지는 올 들어 양지로 급변했다. 연초 7억원 선이던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72㎡형의 호가가 9억원대다. 과천 재건축 단지는 올해 평균 15%나 올랐다(부동산정보협회 조사). 용적률 상향조정 및 안전진단 완화 등의 훈풍이 재건축 시장에 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개발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토지거래허가 완화 등 재개발 촉진 조치가 이어졌지만 냉랭하기만 하다. 일반분양을 앞둔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뉴타운과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등에서 현금청산(현금을 받고 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이 속출한다. J&K부동산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정부가 재개발과 뉴타운 사업 촉진 방안을 잇따라 내놔도 약발이 안 먹힌다”고 설명했다. 저금리에 따른 여윳돈이 재건축에만 쏠린다는 것이다.

지역 간 명암은 더 엇갈린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올해 평균 3.02% 오른 반면 강북 3구(노원·도봉·강북구)는 2.73% 내렸다. 수도권에서도 과천·용인·수원 등 남부지역은 지난달부터 오름세로 돌아섰으나 의정부·동두천·남양주 등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역별 온도 차이는 분양시장에서도 뚜렷하다. 인천 청라와 송도,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1순위에서 수십 대 1로 쉽게 마감됐다. 지난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미분양에 허덕이던 것과는 딴판이다. 그러나 지방은 여전히 냉골이다. 지난달 지방에서 분양된 11곳 중 9개 단지가 한 명의 청약자도 모으지 못했다.

주택 규모별로도 선호도는 다르다. 수요가 많고 환금성이 좋은 소형이 인기다.

◆급매물이면 사도 괜찮다?=아랫목에서 데워진 온기가 윗목까지 전달되는 ‘온돌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시장 에너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연구원 이종권 부동산분석팀장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 일부를 데우고 있지만 실물경기에 대한 불투명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열기가 퍼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국민은행연구소 나찬휘 부동산연구팀장은 “집값이 단기 급등한 지역에 대한 추격매수는 곤란하지만 실수요자라면 평소 관심 가졌던 곳을 주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금이 음지의 급매물을 찾을 때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 강남PB센터 서춘수 센터장은 “서울 강북이나 일산·중동신도시 등의 급매물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끊겨 일부 급매물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온기가 조금만 퍼지면 바로 정상 가격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개발 컨설팅업체인 부동산J테크 정현조 팀장은 “거품이 쑥 빠진 재개발 급매물을 찾는 발빠른 수요자들이 최근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성대 부동산학과 민태욱 교수는 “지금의 주택시장은 재료가 있는 곳만 들썩이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경기 회복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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