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 올림픽 결산]중. 뜨는 별 지는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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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6일동안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나가노겨울올림픽에서 스타들이 눈과 얼음위에 남긴 족적은 뚜렷했다.

황금 발자국을 선명하게 남겨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연 스타가 있는가 하면 쓸쓸히 무대뒤로 사라진 스타도 있었다.

이번 대회 남녀 최고 스타는 크로스컨트리에서 각각 3관왕에 오른 비에른 델리 (노르웨이) 와 라리사 라주티나 (러시아) . 92년 알베르빌 3관왕, 94년 릴레함메르 2관왕에 오른 델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대회 폐막일인 22일 50㎞ 우승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하며 겨울올림픽 사상 최다인 통산 8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크로스컨트리의 마녀' 라주티나도 4.5㎞클래식.10㎞추발에 이어 20㎞계주에서도 우승, 3개의 금메달을 조국의 품에 안겨줬다.

한국의 전이경도 이에 못지않은 감동을 연출했다.

여자 3천m계주와 1천m경기를 석권해 2관왕에 오른 전이경은 릴레함메르올림픽에 이어 같은 종목을 2연패해 명실상부한 쇼트트랙의 여왕에 올랐다.

은반 여왕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는 태라 리핀스키 (미국)가 투트리플룹스 점프 등 고난도의 연기를 펼치며 나가노의 꽃이 됐다.

남자싱글은 '빙판의 디카프리오' 일리아 쿠리크 (러시아)가 라이벌 토드 엘드리지 (미국) 와 엘비스 스토이코 (캐나다) 를 꺾고 독주할 채비를 갖췄다.

이번 대회의 신데렐라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탄생했다.

주인공은 여자 1천5백m.1천m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오른 네덜란드의 마리아네 티머. 1백74㎝.63㎏의 체격을 갖춘 그녀는 경기력에다 뛰어난 미모로 남성팬들을 사로잡아 벌써부터 플레이보이지로부터 모델교섭을 받는 등 링크 안팎에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도중 미끄러져 수차례 곤두박질하며 부상하고서도 불같은 투혼을 발휘해 대회전과 슈퍼대회전을 석권한 '설원의 황제' 헤르만 마이어 (오스트리아) 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스키의 살아있는 전설' 알베르토 톰바 (이탈리아) 는 주종목인 회전 1차 레이스에서 17위로 부진하자 2차 레이스를 포기해 슬로프에서 사라졌다.

'아이스하키 황제' 웨인 그레츠키 (캐나다) 도 4강전에서 체코에 무릎을 꿇자 고개를 떨구며 쓸쓸히 링크를 떠났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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