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버스사 상대 '1원90전' 싸움…자동안내·버스카드등 실시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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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민운동단체와 서울시 버스업체간에 '1원90전짜리' 싸움이 벌어졌다.

문제의 1원90전은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일반 시내버스 요금을 4백원에서 4백30원으로 인상 (현행 5백원) 하면서 서비스개선을 위해 책정했던 몫. 서울시는 당시 인상분 30원중 버스자동안내시스템과 버스카드 제작용으로 각 80전과 1원10전을 반영했다고 인상내역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 두가지 서비스개선책이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백지화되면서 결과적으로 버스업체의 수입만 늘려주는 결과를 빚게 되자 시민단체가 서울시와 버스업체를 상대로 권리확보운동에 나선 것. 서울시는 96년초 버스운행상황을 안내해주기 위해 종묘공원의 중앙통제센터를 비롯, 종로1가~동대문 구간에 25개의 단말기를 설치하고 시험운영에 들어간 안내시스템을 서울전역으로 확대하고 그 재원은 요금인상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에 따라 지난해 요금인상때 80전을 반영했다.

그러나 시는 불과 3개월만인 지난해 8월 시정개발연구원 등 전문기관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불요불급 (不要不急) 한 사업” 이라며 2000년 이후로 시행을 연기했다.

또 버스카드 제작비용 충당금 1원10전은 서울시가 “카드의 재활용률을 높인다” 며 이달초부터 장당 1천5백원의 예치금을 거둬 쓸모가 없어졌다.

서울시내의 버스이용객수가 하루평균 9백85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편의증진을 위해 거둔 연간 70억원이 고스란히 버스업체로 흘러들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원가인상분 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가는 한편 시민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구체적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운동본부 법률고문 이상훈 (李相勳.30) 변호사는 “버스안내시스템처럼 미확정사업에 대해 요금을 반영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며 “법률검토가 끝나는 대로 감사청구 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민들을 우롱한 처사” 라며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서울시 버스요금 인상의 난맥상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서울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정경환 (鄭慶桓.54) 기획실장은 “당시 54원을 인상해달라는 사업자측의 요구가 30원밖에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1원90전을 버스업체의 수입으로 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고 주장했다.

장혜수·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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