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홀린 강진 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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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메티에 다르’ 미술관에서 개막한 강진 청자 파리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이 청자를 감상하고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12일 오후(현지시간) 늦게 프랑스 파리 시내의 ‘메티에 다르’ 미술관에서는 강진 청자 파리 전시회가 개막됐다.

문을 열자마자 도자기 매니어 수십 명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지하 1층∼지상 2층에 마련된 총 230㎡ 규모의 전시장이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직접 도자기에 문양을 새겨 넣는 상감기법 시연 코너에는 사람이 북적댔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디디에 동발(53)은 “평소 도자기를 좋아해서 일본 도기를 많이 구입한다”면서 “한국의 강진 청자는 처음 보는데 다른 곳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상감기법을 이용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고려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던 전라남도 강진 청자가 바다 건너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올 4월 네덜란드 호르큼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 등 8개국에서 순회 전시를 하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관람객과 현지 언론 등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전시에선 관람객이 당초 예상보다 많자 전시장 측의 요청에 따라 전시기간을 각각 2일과 4일씩 연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유럽에 처음 알린 네덜란드인 하멜의 고향인 호르큼시에서 열린 전시회는 국영방송 뉴스 시간에도 소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한 번 본 후 다시 전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파리에서도 이틀째 한국 도자기에 관심 많은 관람객과 애호가들이 가족 단위로 전시관을 찾았다. 특히 파리에서는 한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의 도자기 전문가 장 지렐이 직접 강진 청자에 대한 강연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렐은 “강진 청자는 중국과 일본의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기법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나타나는 아름다운 색감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에는 전시된 작품들의 특징과 제작 방법 등을 직접 소개했다.

19일까지 이어지는 파리 전시회에는 ‘청자상감 유로수금문병’ 등 문화재 2점과 함께 55점의 현대 작품이 선보였다. 현대 작품을 사려는 관람객들에게는 주문을 받아 강진에서 같은 작품을 우송 판매하고 있는데, 네덜란드 전시회에서는 7점을 팔았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유럽의 유명 도예인 30여 명은 올 하반기에 강진에서 전시회를 연다. 앞으로 유럽과 한국 도예가들의 교류와 전시회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강진군은 이번 유럽 전시에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 2억원을 포함해 총 7억여원의 예산을 들였다. 군 예산과 함께 군민들이 직접 모금도 했다고 한다. 황주홍 강진 군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예비 목록에 들어있는 강진 청자의 우수성을 유럽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면서 “강진 청자의 예술성과 함께 상품성까지 인정받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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