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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자녀의 행복 바란다면 홀로 서도록 잡은 손 놓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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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이코리아 김태련 회장이 13일 집무실에서 발당장애 아동에 대한 교육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영화 ‘말아톤’은 다섯 살 아이의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청년 초원이가 어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초원이는 어머니 덕에 달리면서 행복해 했지만, 어머니가 평생 곁에 있어 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어머니 없는 초원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사단법인 아이코리아 김태련(72·여) 회장은 13일 “장애인 자녀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자녀가 홀로 설 수 있도록 잡았던 손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아동을 포함해 어린이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아이코리아가 14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아이코리아 평생교육원에서 ‘한·미 발달장애 학생 상호교류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발달장애 학생들과 의사·교사 등 50여 명이 참가한다. UCLA의 올리비아 레이너 박사와 서울대 홍강의 교수 등 발달장애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 경험을 나누게 된다.

김 회장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틸스(TILS: Transitional Independence Living Skills)’ 프로그램을 소개할 예정이다. 미국의 태프트대학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이 옷을 혼자 입고, 요리도 하는 등 일상생활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 나갈 수 있게 훈련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을 익혀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선 장애아동의 부모가 자녀를 과보호한다”며 “결과적으로 이것이 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을 막게 된다”고 말했다.

‘말아톤’에는 “내 소원이 뭔지 알아요? 초원이가 나보다 하루 일찍 죽는 거예요”라는 어머니의 대사가 나온다. 김 회장은 “그런 마인드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녀가 진정으로 행복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모든 걸 다 돌봐주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그래서 생활 교육을 시키는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3년 동안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를 지내다 정년퇴직한 뒤 7년 전 아이코리아로 온 김 회장은 “국내외의 발달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설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글로벌 미디어 센터’를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김진경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아이코리아=어린이들의 교육환경 개선과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한 취지로 1981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 새세대어린이집, 새세대유치원, 보육교사교육원, 생활교육원, 치료교육연구원, 어린이 교재 개발기관인 육영닷컴 등 여러 부속 기관이 있다. 초원이의 실제 모델인 배형진(현재 27세)씨도 아이코리아가 세운 장애인학교인 한국육영학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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