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 깜짝 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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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SK-LG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선 전날 ‘무박 2일 경기’와 관련한 뒷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양 팀은 12일 자정을 넘겨 연장 12회까지 5시간39분의 혈투를 펼친 끝에 SK가 16-10으로 승리했다.

◆베테랑들의 외도 “재밌던데요.”

12일 경기 10회 초 LG 포수 김정민은 1993년 입단 후 처음으로 외야수로 나섰다. 야수들을 모두 소진한 김재박 LG 감독의 궁여지책이었다. 김정민은 13일 “모처럼 외야에 나가 보니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더라”며 웃었다. “공 한 개 한 개에 볼 배합을 걱정해야 하는 게 포수다. 그런 고민을 잠시 덜어 놓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또 그런 기회가 온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래도 포수 자리가 좋다”고 손사래를 쳤다.

중학교 졸업 뒤 24년 만에 투수로 나선 최동수도 “나중에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줄 만한 좋은 추억 하나가 쌓였다”고 말했다. 연장 12회 LG 마무리 우규민의 퇴장 직후 마운드에 올라 2구 만에 박경완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그는 후배들에게 “LG 투수 중에 내가 평균자책점 1위다”는 농담도 했다.

◆양 팀 사령탑 ‘혈투 뒤 여유’

힘겨운 승리를 따낸 김성근 SK 감독은 “이틀 동안 경기를 했으니 2승으로 쳐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1-9로 뒤진 9회 말 8점을 얻어 동점을 이루고도 끝내 패한 김재박 감독은 최동수의 등판에 대해 “나도 프로에서 볼 두 개 던지고 승리투수가 된 적이 있다. 어제 내가 던졌어야 했는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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