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에 한국 IT 융합 … 환경사업 협력하면 윈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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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은 환경 산업에서 미국의 기준을 따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기술만 있지 환경관련 국제표준화 능력이 없다. 그래서 미국에 기술을 주고 국제표준화를 유도할 것이다. 유럽은 규제가 많은 지역이다. ”

주한일본대사관이 국내 일본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결성한 ‘성북동 포럼’의 첫 초청 연사로 지난달 참석한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사진)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최근 한국 기업들이 녹색성장 산업을 키우면서 독일·덴마크에서 장비 수입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같이 지적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지난 2년 간은 한국 관광객들이 도쿄 등지에 북적였었다. 지금은 일본 관광객들이 명동·인사동에 몰려다닌다. 환율 탓도 있겠지만 한·일은 밑바닥 시장에서는 사실상 통합돼 있다고 봐야 한다. 한·일 경제협력은 이런 시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13년 기후변화 협약(포스트 교토협약)을 앞두고 지금부터 한·일 두 나라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기위한 협력사업을 벌일 것을 주문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동북아 경제전문가, 특히 한국경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경제의 강점이었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어떻게 봐야하나.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의 일관성 없던 정책들이 바로 잡혀가고 있다는 증표 아닌가. 일본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데다 특히 수출의 경우 선진국에 편중돼 있다. 한국은 수출 비중이 크긴 하지만 중간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있어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이 용이하다. 중국·인도 경기가 조그만 회복돼도 쉽게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15년’(후카가와 교수의 주장) 부실을 털고 성장하다가 최근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 그런가.

“최대 문제는 금융이다. 미쓰비시·UFJ 등 3대 메이저 은행들의 운영능력이 떨어진다. 그들은 500조엔의 자금을 굴리지만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예컨대 자금을 미국시장에 먼저 투자해 월스트리트를 배부르게한 다음 일본에 들어와 투자하는 식이다. 게다가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수익성이 좋은 수출주에만 관심이 있고 내수주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수익이 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때문에 내수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동향은 어떤가.

“최근 세계적인 보호주의 대두와 함께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자 중국 내 외국 기업들에 하이테크 소스를 공개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기술이 부족한 중국을 일면 이해하지만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미국이 앞장서서 막아주면 좋겠는데 미국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위해 중국 도움을 절대로 필요로하기 때문에 못할 것이다.”

-일본 부품·소재 기술의 한국 이전은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은 부품·소재 기술과 관련해 일본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일본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은 대개 중소기업이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볼트·너트를 한개 만드는데 겨우 1~2엔 벌면서도 늙도록 일한다. 이들이 그렇게 일하는 것은 노동만으로 설명할 수없는 장인정신 같은 문화적 현상이다. 한국의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 같은 일을 할 수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품 소재를 개방해도 한국에는 크게 도움이 못된다.”

-한국이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나.

“한국은 부품·소재분야의 무역적자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산업 등을 키워서 고용이나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의료·교육·정보통신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G20 국가 중 브라질·호주·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자원이 있어서 경제위기에도 꿋꿋하다. 그러나 한·일은 가진 것이 인력밖에 없다. 우수인력을 활용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한·일간 인력 네트워트 구축이 필요하다.”

-한·일 양국이 무엇을 협력할 수 있나.

“한·일이 환경문제부터 협력했으면 한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한국의 강점인 속도와 정보통신기술(ICT)에 일본의 제품을 융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가정에 CO2 배출량을 체크하는 계량기(스마트 미터) 같은 것을 다는 일이다. 2013년 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됐을때 허둥대지 말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봉석 기자

◆후카가와 교수=와세다대 정경학부를 졸업한 뒤 예일대 석사, 와세다대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산업연구원(KIET) 객원연구원, 장은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 동경대학 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와세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일 양국의 경제 토론회에 단골로 참석한다. 한승수 국무총리 등 국내 정치인과도 교류가 많다. 주요 저서로 『대전환기의 한국경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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