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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스페셜' 스승과 함께하는 학문 공동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난초를 키우는 곳에 들어가면 그윽한 난향이 몸에 배인다.

' 하루 24시간을 함께 숙식하는 내제자 (內弟子) 들이 스승을 모시고 공부하는 학문 공동체, 사숙 (私塾) .이 곳의 제자들은 선생님과 같은 방에서 공부하며 스승의 몸가짐을 비롯한 일거수 일투족을 따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스승의 기품이 몸에 스며든다.

인격적인 만남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은 스승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가르치는 스스로 학습법인 것이다.

EBS는 22일 저녁7시10분에 방송될 'EBS스페셜 - 사숙 (私塾) , 그 오랜 가르침' 을 통해 경쟁과 학벌을 최선의 교육 가치로 존중하는 요즘의 교육풍토를 되돌아 본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학예실장과 그가 배출한 30여 제자들은 간송미술관내 사숙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한국학.동양미술.국악 등을 공부한다.

지난 74년 대학1학년이던 정병삼 (현 숙대한국사학과) 씨를 첫 제자로 받은 이래 매년 한 두명씩 늘어나 지금에 이르렀다.

학문 공동체라지만 스승이 나서서 무엇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일이란 좀체 없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스승을 정점으로 모인다.

이들은 "곁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스승의 인격을 배우는 '만남의 교육' 때문" 이라고 말한다.

사숙이 배출한 인물로는 길재에서 시작해 김종직, 조광조를 거쳐 퇴계, 율곡 등이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성취 뒤에는 깊은 인품으로 본이 된 스승이 있었다는 말이다.

18일 시사한 '사숙…' 은 교직마저 금권에 휘둘리는 당혹한 현실 속에서 사도 (師道) 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폐쇄적인 학연 집단과 구별되는 사숙 공동체를 통해 참다운 인격교육을 제안한 발상은 참신했다.

시청자는 사숙의 사람들처럼 인품을 닦는 심정으로 화면에 임해야할 것 같다.

그러나 취재가 미흡해 당초 기획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촬영의 소재가 곁에서 보고 영향을 받는 스승과 제자의 인격적 교류라면 카메라도 연출 없이 그들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숙생활의 단편적인 모습과 일반 사제관계에서도 가능한 사숙 밖 교분에 상당부분을 할애해 정작 인격적 감동과 관련된 장면엔 인색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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