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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치고 정성훈 막고…방출 2인 화끈한 한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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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방출의 아픔은 쓰리다.

매일 하던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실감.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엄습해온다. 그 좌절의 낭떠러지에서 다시 올라서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과 철저한 자기관리, 포기를 모르는 집념이 동반돼야 한다.

선두 두산의 중심타자 최경환(32.(左))과 미들맨 정성훈(27.(右))은 모두 한때 소속팀에서 "필요 없다"고 버림받은 선수다. 2001년 시즌이 끝난 뒤 최경환은 LG에서, 정성훈은 삼성에서 내쫓겼다. 최경환은 12경기에서 단 한개의 안타도 때리지 못했고, 정성훈은 12경기에 출전해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 대신 재도전을 택했고, 두산이 내밀어 준 구원의 손길을 잡았다. 최경환은 2002년, 정성훈은 2003년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방출의 설움을 겪었던 최경환과 정성훈이 8일 마산 롯데 더블헤더 1차전에서 나란히 맹활약해 두산의 8-7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두산은 2-2로 맞선 연장 11회 초 홍성흔의 2점 홈런을 앞세워 5-2로 승리, 2위 그룹(현대.삼성)과의 승수 차를 4로 벌렸다.

1차전에서 최경환은 동점타.쐐기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고 정성훈은 6, 7, 8회 3이닝을 단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시즌 3승째를 올렸다.

최경환은 3회초 희생플라이, 5회초 적시 안타, 7회초 적시 2루타, 8회초 적시 안타 등 이날 다섯번 타석 가운데 네번의 타석에서 타점을 올리는 해결사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5-6으로 뒤지던 7회초 무사 1루에서 2루타를 때려 동점을 만들었고, 7-6으로 앞선 8회초 2사 1, 2루에서 안타를 때려 쐐기점을 뽑아내는 장면은 그가 과연 필요 없다고 방출됐던 선수였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천금 같은 순간이었다.

최경환은 2차전에서도 안타를 기록, 15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두산 마무리 구자운은 1, 2차전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했다.

롯데는 시즌 15번째 연장전에서도 패배, 연장전 성적 1승9무5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또다시 눈물을 훔쳤다.

현대와 한화는 나란히 연패에서 벗어났다. 현대는 잠실 LG전에서 선발 피어리가 6.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호투를 펼쳐 3-0으로 이겼다. LG는 5회초 2사 만루에서 현대 심정수의 내야 플라이를 서로 미뤄 투수 최원호가 어설프게 잡으려다 실책을 저지르는 바람에 결승점을 포함해 2점을 내줬다. 현대 조용준은 시즌 20세이브째 올렸다.

한화는 대전 SK전에서 최진행.이범호.김태균의 홈런 세방을 앞세워 8-5로 이겼다. SK 박경완은 4회 1점짜리 시즌 23호 홈런을 날렸다. 이틀 동안 홈런 3개를 몰아치는 괴력이다.

광주에서는 삼성이 구위가 살아난 선발투수 호지스의 시즌 6승째 호투를 앞세워 기아에 10-3으로 크게 이겼다.

이태일.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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