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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차인표가 운동화 끈을 동여맨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탤런트 차인표씨가 최근 소설을 발표했다. 기부 활동에 열심인 그가 출판까지 하고 보니 일각에서는 “정치에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크리스천인 차인표씨의 요즘 화두는 ‘사랑 나누기’였다. 그 꿈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소설’과 ‘운동화’다.

컴패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차인표·신애라 부부


차인표씨의 소설 제목은 ‘잘가요 언덕’이다.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했다. 부당한 역사 속에서 분노를 느끼는 한 남자와 힘없이 짓밟혀야 했던 한 여자의 애틋한 스토리. 주요 무대는 1930년대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 마을. 소박하게 살아가던 그곳 사람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아픈 역사를 겪는다. 이 마을사람들은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마을의 작은 언덕 위에 올라가 "잘가요"라고 말한다. 그 언덕 이름이 <잘가요 언덕>이다.

낮은 곳을 찾기 위해 운동화를 신는다는
탤런트 차인표씨


작가 차인표씨는 한국의 분단현실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그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집필을 시작한 건 10년 전이었다. 그러나 바쁜 일상 탓에 어렵게 책이 완성됐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깨닫게 될 수 있기”를 기도했다.

희망을 널리 전파하는 수단으로 ‘소설’ 만큼 강력한 건 또 있다. 바로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운동화다. 이들 부부에게 운동화는 희생과 나눔을 의미한다. TV 브라운관 속에서 그들의 모습은 근사하다. 그러나 바깥에서 그들은 대부분 운동화를 신고 털털하게 생활한다. 이유를 물으면 다짜고짜 ‘컴패션’부터 설명한다. 컴패션(www.compassion.or.kr)은 극빈 지역 어린이들과 후원자들을 1대1로 결연시켜주는 기관이다. 극빈 지역 아이들은 하루에 단돈 100원이 없어서 굶주린다. 그런 아이들이 컴패션을 통해 후원자를 만나면 배불리 먹고 공부할 수 있다. 한달에 3만5000원이면 한 아이의 생사가 갈린다.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컴패션 홍보대사다. 컴패션을 통해 후원 형식으로 입양한 자녀만 모두 32명. 최근에야 ‘내 집 마련 꿈’을 이룬 이들 부부의 내막을 알 것 같다. 차인표씨는 의심(?)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운동화의 위력이 바로 이때 발휘된다.

운동화 매니어로 변신한 신애라씨.
[사진작자 허호씨 제공]


그는 결연 아동들과 대학생들이 제대로 후원을 받고 있는 지 직접 둘러보며 확인하는 완벽주의자다. 극빈자 사는 것을 일일이 방문해 아이들의 동선을 살피고 함께 어울리려면 구두를 신어서는 어림도 없다. 사진작가 허호씨가 찍은 사진을 보면 신애라씨 역시 예쁜 원피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운동화를 신고 있다. 다소 어색한 차림이지만 투박한 운동화를 신고 현지 아이들과 뛰어노는 그녀의 모습이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차인표씨의 운동화는 좀 더 험한 곳까지 찾아다닌다. 한 달 소득이 1만원인 가정의 아이들이다. 그들이 가파른 산을 오르내리며 땔감을 나를 때 차인표씨도 나란히 짐을 지고 걷는다. 성인 남자가 해도 힘든 일을 어린애들이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후원하는 자녀는 계속 늘고 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처럼 선행을 베풀기란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기자도 그들의 아름다운 행보에 동행하기 위해 어린 소녀 한 명을 후원하기로 했다. 컴패션 관계자는 “워크홀릭 기자도 운동화 정신 발휘하셨네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소설 발표 후 차인표씨의 복장은 늘 캐주얼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의 컴패션 활동과 작가활동 기반은 아무래도 ‘운동화 정신’에 있는 모양이다.

글/워크홀릭 설은영 프리랜서기자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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