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째 앨범 낸 인순이 ‘국민가수’보다 ‘여가수’가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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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을 소화하기 위해 “몇 달간 등산과 헬스로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는 인순이는 “ 많은 분이 대단하다고 격려해 주신다”며 웃었다. [GNG 프로덕션 제공]

 가수 인순이(52)라는 이름, 그리고 그의 노래에는 두가지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한다. 그 어떤 무대든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휘어잡아 버리는 ‘여제(女帝)’의 느낌과, 고된 인생을 함께 견뎌내고 있는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함이 그것이다. 스스로는 “누가 보기에도 쉽지 않았을 법한 나의 인생이, 그리고 거기서 단련된 내면의 에너지가 두 가지를 모두 가능케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단다. 올해로 데뷔 31년째, 열 일곱 번째 앨범을 들고 돌아온 인순이를 만났다. 그는 이번 음반에 대해 “그 동안의 내 삶이,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꿈이 담긴 노래들”이라고 설명했다.

◆‘국민가수’보다는 ‘여가수’라는 말이 더 좋아=앨범 재킷 사진부터 파격이다. 어깨가 훤히 드러난 짧은 미니드레스에 철가면으로 무장한 여전사 모습이다. 최신 유행을 그대로 따른 댄스곡 ‘판타지아’에 맞춰 이효리·손담비에게도 뒤지지 않을 법한 본격적인 춤을 선보인다.

“30년쯤 되니 저를 ‘국민가수’라고 호칭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저는 ‘여가수 인순이’라는 말이 아직 더 좋아요. 제게 ‘여가수’라는 단어는 나이가 몇이건 아름다움과 섹시함을 포기하지 않는, 거기에 무대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가창력과 파워를 동시에 갖춘 이를 의미하죠.”

이번 앨범으로 “인순이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곡을 만들어내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몇년 전 인기를 끈 ‘친구여’는 후배가수 조피디와 함께 불렀던 노래, ‘거위의 꿈’도 이적·김동률의 노래를 그가 다시 불러 ‘대박’을 기록한 곡이었다.

“나만의 히트곡이 없다는 게 그동안 저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한 힘이기도 했어요. ‘왜 우리 오빠의 노래를 뺏어갔냐’는 안티팬들의 의견도 있지만, 그 노래들이 전하는 메세지가 인순이라는 가수와 잘 맞아떨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인순이에게 바라는 건 ‘용기와 격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도 “열 번을 넘어진대도 열한 번 일어나”라는 내용의 ‘일어나’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아버지’ 등의 ‘인순이표 응원곡’을 담았다.

◆연식이 오래될 수록 더 갈고 닦아야지=혼혈아라는 편견을 딛고 일어선 과거, 왜 공연을 허가해 주지 않냐며 예술의전당에 걸었던 싸움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가수생활. 하지만 이제 돌아보면 “누구의 인생에도 나 정도의 굴곡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단다.

“어떤 방송에서도 나를 불러주지 않던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도 나이트 클럽을 돌며 노래를 거르지 않았고, 국악과 재즈 등을 혼자 공부했죠. 그 때 저장해 놓은 무기를 지금 맘껏 쓰고 있는 셈이에요.”

새 앨범 발표와 함께 6월 6일 개막하는 뮤지컬 ‘시카고’에도 도전한다.  

“‘인순이도 노래연습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근데 연식이 오래될수록 더 많이 닦고 기름쳐야죠. 요새도 공연을 앞두고는 목 상할까봐 하루종일 말 한마디 안하는 걸요. 오십이 넘어도 여전히 멋진 마돈나처럼, 시간이 흘러도 매력적인 여가수로 남고 싶습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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