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바꾸고 발품 파니 매출 두 배로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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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의 델컴퓨터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디자인, 또 하나는 영업 방식이다. 델의 한국 지사인 델인터내셔널(이하 한국델)에서 소비자 부문을 총괄하는 한석호(사진) 부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 “성능은 좋은데 투박하다는 델의 기존 이미지는 옛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델이 지난해 말 선보인 미니9·미니10 같은 넷북과 ▶스튜디오 시리즈 노트북 ▶여덟 가지 색상 중 고를 수 있는 데스크톱 인스피론 545 시리즈 같은 제품을 예로 들었다. 마이클 델 회장이 지난해 “개인 소비자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자”고 독려한 뒤 가격과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다. 얇은 외형의 고성능 노트북으로 값이 300만원을 넘는 ‘아다모’를 내놓은 것도 이런 방침에 따른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불황 극복과 디자인’ 보고서에서 델을 성공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세계 PC 시장에서 HP와 선두를 다투는 델이지만 지난해 초까지 한국에선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일찍이 1995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기업용 PC 시장에서 5위권에 그쳤다. 삼성·LG 등 강력한 토종 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데다 유통 방식 또한 한국 소비자에게 낯선 탓이었다. 그는 인텔에서 10여 년간 영업을 하고 2006년까지 미 그래픽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의 한국지사장을 역임한 마케팅 전문가다.

한 부사장은 “델에 오자마자 환율 때문에 지옥을 오갔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달러당 900원대이던 원화가치가 하반기에는 1500원을 넘나들 정도로 급락한 것이다. 해법은 ‘철저한 현지화’였다. 서울에 서비스센터를 마련한 데 이어 연내 전국 광역시·도마다 하나 이상 센터를 열 생각이다. 온라인과 전화뿐이던 판매 채널도 하이마트 체인과 서울 용산 총판 같은 오프라인 점포와 홈쇼핑 채널, 다나와·에누리 등 가격비교 사이트까지로 넓혔다. 오프라인 서비스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만난다는 델의 오랜 원칙을 깬 것이다. 주문에서 배송까지 1주일 정도 걸리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리 인기 제품을 확보해 뒀다가 48시간 안에 배달하는 시스템도 전 세계 지사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한다. 덕분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한 부사장은 “달러 기준으로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이니, 원화로 따지면 9개월 만에 매출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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