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져도 커피는 못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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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제 상품시장에서 커피와 설탕 값이 치솟고 있다. 흉작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불황 탓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커피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공급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커피 소매가격을 올리려는 업체도 늘고 있다.

11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지난주 국제 원두 가격은 파운드당 1.28달러로 마감했다.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말에 비해선 22%나 올랐다.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프리미엄급 제품인 콜롬비아 원두다. 폭우 탓에 생산량이 준 데다 콜롬비아 정부 차원에서 수출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의 고객이 감소하자 불황으로 커피 수요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밖에선 비싸서 덜 먹더라도 대형 마트 등에서 직접 원두를 사다가 집에서 먹는 알뜰 소비자가 늘면서 수요 자체엔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설탕은 인도의 사탕수수 흉작 탓에 값이 치솟았다. 설탕 최대 소비국인 인도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설탕을 대거 수입하면서 값을 끌어올렸다. 국제 상품 시장에서 설탕 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52%나 올랐다.

이탈리아 커피업체 일리의 안드레아 일리 사장은 “당장 커피 공급량이 늘지 않을 것”이라며 “커피업체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맥스웰하우스 커피를 만드는 미국의 크래프트는 지난달 콜롬비아 커피 제품 가격을 19% 올렸다.

그러나 국내에선 당장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국내 제품엔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브라질·베트남산 원두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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