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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만들어 나눠 먹는 것이 정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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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12일 취임하는 조양순 21세기여성정치연합 충남도지부장은 “정치가 여성에게도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정치가 별겁니까. 맛있는 음식을 정성으로 만들어 나눠 먹는 것이 정치입니다.”

12일 오후 1시 온양관광호텔에서 취임식을 갖는 조양순(42) 21세기 여성정치연합 충남도지부장이 한 말이다.

어린이집 원장으로 평범한 삶을 살던 그가 정치, 그것도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목적으로 하는 전국단위 단체의 도지부장을 맡았다니 의외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본격적으로 ‘정치’에 몸을 담았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정치는 무엇인지, 그가 몸담은 단체가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인지 등이 궁금해 만났다.

-먼저 취임을 축하한다. 언제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나.

“2006년 어린이집연합회 일을 한참 열심히 할 때다. 성격상 무슨 일을 하던 좀 극성맞다. 누가 소문을 들었는지 모 정당에서 ‘아산시당 여성위원장을 맡아보라’는 제의를 했다.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해보겠다’고 했지만 막상 숟가락도 못 올려보고 세력 싸움에 밀려 몇 개월 만에 탈당해야 했다. 자존심도 상하고 심정이 복잡했다. 정치에 발을 들인 첫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21세기 여성정치연합에 참여한 계기는.

“탈당한 이후 스스로를 뒤돌아보니 새삼 깨달은 바가 있었다. 정치라는 것이 어느 편의 쪽수가 많고 힘이 센지에 따라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성 중심의 정치세력에서 여성들의 역할이라는 것이 참 볼 것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두렵기까지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당초 도당 여성위원장을 제의했던 분으로부터 ‘21세기 여성정치연합’(이하 여성정치연합)을 소개받아 참여하게 됐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니 ‘딱 이다’ 싶었다.

- 그 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2007년 초 아산시지회를 창립했다. 2년 만에 회원이 150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도지부 회원이 500명 정도니 꽤 많은 편이다. 기초, 광역의회 모니터 활동을 했다. 정치현장에 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던 회원들이 지금은 더 적극적이다. 보육정책 토론회도 했고 온양여고 학생들의 급식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입학생 학부모를 위한 교육사업도 해봤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이.미용봉사도 펼치고 영정사진을 찍어드리는 활동도 벌였다. 이 자리를 빌러 이승주 사진작가(가야스튜디오)와 김상희 S헤어라인 대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 계획은.

“여성정치연합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등 각 정당이 가리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여성정치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여성 정치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겠지만 우선은 ‘정치가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사업을 펼치고자 한다. 생활이 정치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여성이 참여해야 한국정치가 산다. 살림하듯 정치하면 우리나라 정치가 이 모양이겠는가. 주부들에게 필요한 각종 유익한 정보를 연결해주는 것부터 의식화 교육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정치일선에 나갈 계획이 있나.

“안 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안 시켜주어 그렇지 시켜만 준다면 잘할 자신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과정을 즐기다 보면 결과는 자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선 정치인이 되기에 앞서 종이컵 안 쓰기, 자전거 타기 등을 실천하려고 애쓴다. 아이들에게, 학부모에게, 교사들에게 이런 것을 함께 해보자고 할 수 있는 원장의 위치도 정치 일선이라 생각한다.”

 장찬우 기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지난 2000년 ‘정치발전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내걸고 창립한 전국 조직이다.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 등의 정책을 이끌어 내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 여성정치인력 발굴 및 양성, 여성 지도력 향상을 위한 정치훈련 사업, 여성 유권자 의식교육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충남도지부는 2007년 엄복연(61) 충남선진평화포럼 대표와 조양순씨가 힘을 합쳐 재건했으며 2년 만에 회원 수가 급증, 왕성한 활동을 펼쳐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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