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학경시대회 어떻게 치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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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학경시대회 어떻게 치르나
한·미 첫 동시 시험…국제 표준으로 키워

 국내 최초로 국제수학경시대회가 열린다. 중앙일보와 고려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GMC가 그것. ‘우물안’ 경쟁에서 벗어나 미국학생들과 실력을 겨뤄볼 수있게 된 것. “오는 7월 미국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아들녀석이 TV만 보길래 잔소리를 했죠. 그랬더니 어디서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자기가 미국에 가면 수학은 제일잘 할 거라며 투덜거리더라고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핀잔을 주긴 했지만 솔직히 외국아이들과 실력차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특목고 준비를 위해 최근 중학교 1학년 아들의 유학을 결정한 한경화(43·노원구 상계동)씨는 아이의 얘기를 듣고 영어를 위해 미국에 보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국내 복귀 후 또래에 비해 수학실력이 눈에 띄게 처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 수학교육의 수준은 어디
 우리나라 초·중학생들의 수학실력은 국제대회에서세계 1~2위를 다툴 만큼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수학부문에서 참가국 중 하위를 기록하기 일쑤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이상할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반복훈련을 통한 단순수리계산은 우리가 당연히 앞선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순위가 경쟁력의 순위는 아니다. 고교로 올라가면 결과는 확연히 뒤바뀐다. 고교생 대상의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우리나라는 대부분 10위권 밖이라는 것. 경기외고의 전성은교감은 “공식에 대입하는 식의 훈련을 통한 문제풀이에 치중하다 보면 창조성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학을 전공하면 사회의 요직에 진출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수학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최초, 국제수학경시대회 개최
 선진국의 교육현장에서는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는 심화된 수학교육을 하고 있다. GMC를 기획한 중앙일보 에듀라인 추운주 대표는 “대학 이상의 응용수학 분야에서 심화교육을 받은 선진국 학생들에 비해 우리나라 학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학적 잠재력을 지닌 어린 인재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GMC를 열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시험을 시행, 양국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비교 평가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수학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양국의 글로벌 부문 수상자들은 수학캠프에 참가해 수학을 통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우선권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GMC는 올해 한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중국과 일본등 세계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제수학대회의 표준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 대회를 공동 주최하는 고려대학교의 정진택 대회협력처장은 “이번 대회는 수학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국제교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 학생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수상자들에게는 고려대학교 총장상과 중앙일보 사장상, 지방자치단체장상이 주어진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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