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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숨기고 가상 스토리 ‘페이크 다큐’ 광고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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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프리카 밀림에 사는 스마모트족은 대대로 눈에서 빛을 내는 부엉이를 키운다. 야간 사냥 때 손전등 대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그런데 부족의 야간 사냥을 동행 취재한 촬영진은 신비한 현상을 목격했다. 부엉이가 주변 상황에 따라 빛의 밝기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 촬영진은 부엉이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검증해보려 했지만 스마모트족이 허락하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며 동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www.smamot.com)에 공개했다.

그런데 스마모트족과 눈에서 빛을 내는 부엉이, 모두 실존이 아닌 가짜다. 일명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다. 광고제작사 HS애드가 LG전자 신제품 ‘풀HD모니터’의 스스로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글로벌 동영상(사진)이다.

광고업계에 페이크 다큐가 유행이다.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제품과 브랜드의 노출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숨기고, 가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올 3월 열린 아시아태평양 광고제에서 사비어 부문 은상을 수상한 한국관광공사의 인터넷 캠페인 ‘하루카 인 러브’편도 이 기법을 활용했다. 일본의 인기 연예인인 이가와 하루카와 한국의 스타 이동건이 벌인 가상의 스캔들이 소재. 일본의 네티즌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들의 데이트 행적을 추적하면서 한국의 다양한 관광지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두 개 부문 대상을 수상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헤일로3’ 광고 역시 인간과 외계인의 전쟁을 소재로 한 페이크 다큐 형식. 전투에서 살아난 퇴역 군인들이 당시를 회고하는가 하면, 전투 장면을 실제처럼 제작해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LG전자가 2007년 시도한 팝 아티스트 ‘낸시랭 실종사건’도 마찬가지. 홍보하는 제품인 LCD모니터 플래트론은 감추고 8주 동안 낸시랭을 잡아간 범인을 잡아내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LG전자 정연호 모니터마케팅팀장은 “수많은 미디어에 익숙해진 세대에게는 브랜드를 드러내기보다 쌍방향성 채널로 화제를 낳는 콘텐트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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