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기사가 신문 1면에 등장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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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26면

“팔 때가 됐군요.”

고란과 도란도란

7일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돌파했다. 친한 애널리스트에게 전망을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이렇게 답하며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풀어갔다.

“제가 여의도 바닥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꼭 들어맞았던 법칙이 뭔 줄 아세요? 신문 1면에 주식 기사가 나면 반대로 움직이면 된다는 겁니다. 특히 종합일간지 1면이오.” 실제로 증권가에선 ‘신문 1면 톱으로 주식 관련 기사가 나오면 주식을 팔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속설이 맞는지 중앙일보를 기준으로 조사해 봤다. 조사 기간은 2000년 1월 1일부터 지난 8일까지다. 검색어로는 ‘코스피’와 ‘종합주가지수’(2005년 중반까지는 보통 코스피 대신 종합주가지수를 사용했다)를 넣었다. 그 결과, 1면에 두 단어가 등장한 경우는 총 222차례였다. 정보기술(IT)주 버블이 꺼지면서 증시가 폭락했던 2000년에는 48차례나 주가 관련 기사가 1면에 실렸다. 시장이 요동친 지난해에도 43건에 달했다. 반면 연중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2006년에는 단 7건의 증시 기사가 1면에 나왔다.

정말 속설대로 하면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지난해 주식 기사가 1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달은 10월이다. 15번 등장했다. 그 전달인 9월엔 9번 나왔다. 지난해 10월 기사와는 반대로 주식을 사서 지금껏 보유했다면 40% 안팎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증시가 급등한 2007년엔 7월(4건)과 8월(5건) 가장 빈번하게 1면에 주식 기사가 등장했다. 이 즈음 주식을 팔았다면 이후 급락장을 피해 갈 수 있었던 셈이다. 이달 들어서 두 차례 1면에 주가 기사가 실렸다. 올 들어서 가장 많다. 속설대로라면 조정이 가까이 온 셈이다.

그러나 주변에는 대출이라도 받아서 투자를 해볼까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고객예탁금은 연초에 비해 6조원 늘어난 15조원에 달한다. 주식형 펀드로 돈이 몰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빠지지도 않는다. 여차하면 시장에 진입하려는 돈이 많은 덕에 증시는 외풍에도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기업의 주가는 결국 이익으로 말한다. 1분기 환율 효과 및 경비 절감으로 뜻밖의 이익을 실현했지만 2분기에도 잘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의 신규 실업자 증가세가 둔화됐다지만 실업자 숫자는 늘고 있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하면 국내 기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환율 안정세도 수출 기업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익 감소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속설을 따를지 분위기에 올라탈지는 선택의 문제다. 다만 투자 세계에서는 급하면 체한다. 진정한 회복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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