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수술 만능 아니다…외과시술땐 시야 좁아져 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현대의학에서 수술칼과 레이저만큼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는 분야도 드물다.

90년대초 안과와 피부과를 중심으로 국내 의료계에 본격 도입된 레이저가 신경외과와 일반외과.비뇨기과 등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수술칼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교수팀이 국내최초로 레이저를 이용해 녹내장 수술에 성공하는가 하면 이비인후과 김광현교수팀은 초기 후두암마저 레이저로 치료하는데 성공해 레이저의 영역확장은 절정에 달한 느낌.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레이저 치료법만도 질환별로 1백여개에 달한다.

레이저의 최대 장점은 수술칼이 닿기 어려운 부위까지 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것. 레이저가 단일파장을 지닌 고에너지 광선이므로 정상조직은 유리처럼 통과하는 반면 질병이 있는 부위만 골라 파괴할 수 있다.

절제 부위를 열로 응고시키므로 신속한 지혈이 가능하다는 것도 레이저가 지닌 장점 중 하나. 그러나 대부분의 레이저 치료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일반 수술보다 서너배 이상 비싸다.

게다가 치료성적과 안전성 면에서 레이저가 수술칼보다 반드시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운 분야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론은 마법의 칼로 알려진 레이저 치료도 옥석을 가려야한다는 것. 현재 국내외 학계에서 레이저가 확실한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야는 안과와 피부과 질환이다.

특히 당뇨환자의 눈에 많이 발생하는 망막질환과 붉은 반점 등 색소성 피부질환의 치료엔 레이저 외에 대안이 없는 상태. 안구 깊숙히 위치한 망막과 피부 밑에 자리잡고 있는 색소층의 질환을 치료하는데엔 레이저가 안성마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과수술분야에선 아직도 레이저가 수술칼보다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수술칼 대신 레이저로 잘라냈을 때 출혈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술부위가 아무는 데는 오히려 더디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술시야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결정적 흠이다.

절제부위까지 대개 내시경을 이용하는데 이 경우 외과의사가 눈으로 보면서 직접 절제하는 방식에 비해 훨씬 제한적인 시술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외과수술 분야에서 수술칼보다 레이저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분야는 목젖이 늘어나 생긴 이비인후과 영역의 코골이 수술 정도. 신속한 지혈이 가능하고 수술칼보다 훨씬 편리하게 레이저 광선으로 늘어진 목젖을 잘라낼 수 있다.

그러나 척추디스크.알레르기성 비염.전립선비대증.치질 등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질환의 레이저 치료는 대부분 수술칼에 의한 외과수술등 기존 치료법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증거가 없다.

문제는 레이저 치료가 일부 병의원의 수익증진 차원에서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레이저 치료가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버려야하며 외과질환의 경우 절제부위가 작고 위치가 명확한 질환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