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국민정신도 경쟁력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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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조직 개편안이 마무리됐다.

이번에 만들어진 정부조직 개편안은 효율성과 민주성을 높이는 데 크게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고 작은 정부를 실현하는 데 나름대로 적합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너무 생산성.경제성 등 정부조직의 물질적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정신적 경쟁력을 높이는 배려가 다소 미흡하지 않은가싶다.

좀더 깊이 생각해 보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정신적 경쟁력이 모자라는 데 그 원인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16일 정부조직 개편 공청회때 보훈단체의 어떤 간부가 "정신이 썩었는데 돈만 벌면 뭣하느냐" 고 강조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백번 되새겨도 옳다고 생각한다.

어떤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 사회의 제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역사 속에 있다.

역사와 민족의 정체성을 소중히할 줄 모르는 민족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정부조직 개편에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정신을 한데 모아 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 문화부문 기능강화도 필요하겠지만 국가보훈 기능을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월남전에 참전해 전쟁의 아픔과 고통을 직접 체험한 사람중 한 사람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6.25와 월남전 등에서 몸을 다친 수많은 상이군경과 남편이나 자식을 잃은 사람이 있다.

또 생존 애국지사를 비롯,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분들이야말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본보기며 이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지주가 된다고 믿는다.

온 국민이 금모아 수출하기에 앞장서는 모습은 과거 일제 치하에서 우리 민족이 국채보상.물산장려운동을 벌인 것을 되새겨보게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도 국가보훈의 기능이나 위상을 재정립해 국민정신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해 자기를 버리는 것보다 더 높은 정신적 가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통합시키는 정신적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사회에 확산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나가기 위해 국가보훈처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민공통의 무형자산을 확충하는 것이며 또하나의 사회건설부를 두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애국심을 운위하면 국수주의자로 불리는 우리 현실을 바꾸기 위해, 또 역사 속에 숨쉬고 있는 민족정기로서의 애국충정을 다시 반성하는 의미에서 정부조직 개편은 정신적 가치를 높여주는 거시적 안목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다.

IMF는 우리를 찾고 국민의식의 바른 길을 보여주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일시적 위기극복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전환기로 인식, 국민적 지표를 확고히 해야 한다.

송석구<동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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