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살림짠 추경예산안…실업·금융에 큰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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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올 추경예산안은 초긴축이 특징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당초예산보다 8조4천억원 삭감됐다.

이중 사업비가 7조4천억원 줄어 각종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IMF한파로 올해 1% 안팎의 저성장이 불가피해졌고, 이로 인해 세금도 잘 안걷혀 나라살림을 전반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실업대책.부실금융기관 지원 등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 이래저래 기존 사업들은 예산이 많이 깎였다.

경부고속철도는 대구이남구간 공사가 유보됐고, 7개 고속도로.서울 3기지하철 등 대형 국책사업이 연기됐다.

각종 항만공사도 예산을 줄였으나 인천국제공항은 2000년말 개항할 수 있도록 당초 예산 (4천6백6억원) 을 줄이지 않았다.

의료보호급여기간 연장 (2백70일→3백일) , 생활보호대상자 최저생계비 인상 (10만9천원→12만7천원) 등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월 3만~5만원이 지급되는 경로연금 대상자는 전체 노인의 30% (92만명)에서 15% (45만명) 수준으로 축소했다.

국방비를 삭감했지만 군 사기진작 차원에서 사병 급식비.피복비 등은 깎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나라살림이 빡빡한 중에도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한국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에 1백21억5천만원의 예산을 배정, 지난해 (1백10억원) 보다 10% 늘렸다.

또 공무원 봉급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거듭된 삭감요구에도 동결시키는 선에서 짰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긴축으로 짜인 추경예산안에 반대하고 있어 다음주 국회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주요 사업별 예산 조정내역을 살펴본다.

(당초안→추경안)

◇ 경부고속철도 대구이남 공사유보 (4천8백억원→3천5백6억원) =향후 건설계획이 수정되는 대로 공사 착공시기를 재조정할 방침이다.

서울~대구간 공사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된다.

◇ 서울 3기 (9~12호선) 지하철 연기 (30억원→전액 삭감) =3월 착공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착공시기는 내년으로 늦춰진다.

◇ 7개 고속도로 연기 (2백90억원→전액 삭감) =청주~상주.공주~서천.전주~함양.부산~울산.광주시 우회고속도로 등 5개 신규구간과 성서~옥포.한남~반포 확장공사 등의 착공이 내년후로 연기됐다.

◇ 부산신항 삭감 (1천8백억원→1천2백85억원) =보상비를 실소요분만 반영하는 방식으로 삭감했다.

그래도 오는 2011년 예정공기는 지킬 수 있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 새만금방조제 삭감 (2천4백30억원→1천9백34억원) =일부 삭감했지만 예정대로 오는 2001년까지 공사를 마무리짓기로 했다.

◇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 도입 연기 (2백억원→전액 삭감) =내년 이후로 연기됐다.

◇ 기술개발자금 축소 (8천1백79억원→6천9백51억원) =기업.연구소.대학 등의 기술개발 촉진을 위해 정부가 보조하는 기술개발자금이 삭감됐다.

이밖에 중소기업 및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어음보험기금 (1천억원→1천5백억원).수출보험기금 (1천8백억원→2천억원) 은 소폭이나마 증액됐으며,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외무부 예산도 증액 (5천2백14억원→5천8백79억원) 돼 눈길을 끌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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