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열중 쉬엇'…고유가로 휘발유 배당량 대폭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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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전시내 한 파출소의 李모 경장은 얼마전부터 순찰 거리를 20㎞에서 15㎞로 줄였다.

또 먼 곳 순찰은 가급적 삼가고 낮에는 신고받을 때를 제외하고 112 순찰차 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최근 기름값 급등으로 하루 공급받는 순찰차용 휘발유량이 20ℓ에서 14ℓ로 줄었기 때문에 부득이 순찰 방식을 바꾼 것이다.

李경장은 "부족한 휘발유로 순찰차를 운행하려다 보니 요령껏 하지 않을 수 없다" 며 "치안 불안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사비 (私費) 를 털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IMF한파 이후 환율 상승에 따른 유류값 급등으로 일선 파출소들이 순찰 코스를 줄이거나 아예 순찰차를 정차시키고 있어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

강원도춘천시 면단위에 위치한 S파출소도 마찬가지. 일년전만 해도 거의 무제한으로 기름을 공급받았지만 지금은 고작 대당 3일에 20ℓ를 할당받고 있다.

이로 인해 순찰차를 세워놓고 있을 때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서울경찰청도 4일부터 대당 휘발유 공급량을 25ℓ에서 18ℓ로 줄였다.

기름값이 올랐지만 차량 유지비는 거의 IMF시대 이전 수준이기 때문에 이같은 변칙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2백79대의 112 순찰차가 있는 충남경찰청의 경우 유류비.수리비 등을 포함한 차량 유지비는 대당 연간 평균 5백80여만원. 그러나 이는 96년 휘발유값이 ℓ당 7백원일 때를 기준으로 편성한 것이다.

1천2백원대인 현재로서는 민생치안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선 경찰관서들은 '저 (低)에너지 근무형태' 로 IMF한파에 맞서고 있지만 치안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않은 형편이다.

경부고속도로 한남대교~평택과 신갈~안산 구간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의 경우 지난달부터 순찰운행 대신 차량을 일정지역에 배치하는 고정근무 위주로 형태를 바꿨다.

엄태민·김방현·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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