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리, 당국·팬 외면에 '바깥미술전' 갈수록 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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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저 부라린 눈은 누굴 보고 있을까. 아니 세상을 원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 화랑포마을을 끼고 흐르는 북한강을 외면하고서 눈길은 갈대숲을 향하고 있다.

'98 바깥미술 - 대성리전' 은 쓸쓸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달 23일이었다.

81년 '겨울 대성리 31인전' 이후 제법 명성을 쌓은 전시회 아니었던가.

우선은 기대를 걸었던 가평군의 지원은 예산부족으로 무산. 팸플릿.포스터 제작경비조차 스스로 메웠다.

하지만 어쩌랴. 20명의 참가작가는 인근 여관에 차린 베이스캠프를 오가며 설치작업에 나섰다.

세상은 너무 각박했다.

사다리 하나를 빌리는데도 군청으로 이장집으로 빙빙 돌았다.

언제는 풍족하게 이런 일을 했나마는. 전시장소가 대성리국민관광지인 통에 관람객들이 입장료 1천원씩을 내야 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부담이었다.

단 한푼도 행사를 위한 재정으로 돌아오지 않는데도 금 그어놓고 돈받는 인상을 주는 때문이었다.

개막 퍼포먼스엔 김덕수 사물놀이패 대신 소망미술학원 사물놀이패를 불렀다.

잘 나갈 땐 3천명까지 찾아들었던 행사건만 이번엔 영 썰렁한 모습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작가들의 사기는 많이 떨어졌다.

그것은 마치 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작가 최수현씨의 작품 '생' (네그루 나무에 걸린 1백개 옷걸이에 청.백.적.흑 한지를 내건 작품) 의 옷걸이가 땅에 떨어진 채 나뒹구는 모양 같았다.

자연과의 친화.교감도 좋지만 과연 이런 상태로 '겨울 대성리전' 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까지 일었다.

바깥미술회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수현씨의 얘기. "자연이라는 키워드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전술상 다른 길을 찾아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어차피 대성리라는 특정지역으로부터 도움을 얻지 못할 바에는 도시 한복판이나 각종 축제성향이 강한 곳으로 옮겨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도시는 붐비고 자연은 자꾸 황폐해지고 있는 건가.

가평 =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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