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위, 2년 전에도 간첩 2명 민주화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1일 빨치산과 남파간첩 출신의 미전향 장기수 세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기에 앞서 2002년에도 두명의 남파간첩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의문사위 위원장은 한상범 현 위원장이다.

이는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6일 의문사위에서 넘겨받은 변형만.김용성씨 등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함에 따라 확인됐다. 1기 의문사위(2000년 10월~2002년 9월)는 2002년 9월 "위헌 요소가 많은 사회안전법에 직접적으로 항의했다"는 이유로 변씨 등의 행위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민주화보상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1기 의문사위는 최근 논란이 된 남파간첩.빨치산 출신 세명에 대해서도 심의했으나 "전향 거부 자체를 민주화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었다. 그러나 2기 의문사위(2003년 7월~2004년 6월)는 1기의 결정을 뒤집어 세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민주화보상위는 6일 "간첩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문사위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민주화보상위는 민주화운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변씨 등이 '악법'인 사회안전법 폐지와 보안감호제도 철폐 등을 주장하며 권위주의적 통치에 맞섰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두 사람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화보상위 관계자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화운동을 논의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말했다.

반면 1기 의문사위는 '간첩'이라는 경력은 문제삼지 않았다. 강제급식 전후의 행위가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데 기여했는지만 판단기준으로 삼았었다. 중앙대 제성호(법학)교수는 "아직 공산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국가보안법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법 테두리 밖에 있던 사람을 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이 무리임을 확인해준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