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마케팅…서울 코엑스 '코즈니' 통로 좁게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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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즈니' 코엑스 매장. 산만한 구성이 특징이다. [임현동 기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인테리어용품점 '코즈니(Kosney)'의 150평 매장에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하루 평균 8000여명의 손님이 찾는다. 코엑스에 입주한 수백개 매장 가운데 '붐비는 수준'으로는 1~2위를 다툴 정도다.

이 회사 이종구(35)기획이사는 "사람으로 사람을 모은다"고 비결을 설명한다. 매장의 출입구를 좁히고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조금 걷다 보면 벽이 나오거나 진열대에 막혀 되돌아가기 일쑤다. 또 통로가 좁아 마주 오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게 된다. 계산대도 적어 계산대 앞에는 늘 긴 줄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매장이 항상 손님들로 북벅북적한다는 인상을 주는 효과를 얻는다. 고객들의 불편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판매원들은 손님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이 거의 없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대신 고객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표정을 유지하면서 노트에 뭔가 쓰고 있거나 먼지를 닦고 있다. 손님들에게 구매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않기 위해서다.

물건을 진열할 때도 차곡차곡 정리하지 않는다. 마구 쌓아두거나 흩뜨려 놓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마음껏 뒤적여 가며 구경할 수 있다. 손님이 사지도 않을 물건을 들어보고 나서는 미안한 마음에 매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매장이 금지하고 있는 카메라 촬영도 이곳에서는 자유롭다.

침구.양초.방향제.인형 등 인테리어 소품 외에 가구.장난감.의류.사무용품 등도 판다. 덕분에 10대부터 50대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드나든다. 대표 상품인 침구와 쿠션은 중국에서 생산해 가격을 낮췄다.

10여년 전 작은 소품 가게로 출발했던 코즈니는 올 들어 매장을 20개로 늘렸으며, 9월까지 5개를 추가로 개장할 예정이다. 2002년 100억원 정도였던 매출은 올해 2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형 할인점에도 속속 입점하고 있다. 이미 월마트 6개 점포에 입점했으며, 하반기에는 다른 할인점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또 미국에 '코즈니' 브랜드를 붙인 침구 수출을 추진 중이다.

박혜민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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