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집 만세]문승국씨 여섯 가족 절약으로 똘똘뭉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아빠 걱정마세요.”

요즘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IMF한파속에서도 공무원 문승국 (文承國.서울시 열린시정기획팀장.47) 씨는 별 걱정이 없다.

여느 국민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사회에도 감원이다 감봉이다 말이 많은 터에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가 괴롭히기는 하지만 절약으로 뭉친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그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관 (4급) 인 文씨는 관악구신림동에서 노모 (66) 를 모시고 아내 최삼금 (44.주부) 씨, 큰 아들 총 (聰.22.고대경제과2년) 군, 둘째 아들 통 (統.충북의대1년) 군, 딸 보라 (16.문영여중2) 양등 다섯식구를 월 1백40여만원의 봉급으로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文씨 집은 IMF체제 이후에도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

그의 집을 버텨주는 힘은 뭐니뭐니해도 文씨 노모의 살뜰한 생활자세가 바탕. 헤진 양말을 기워 신는 것은 기본이고 지하철 한두 구간은 걸어서 다닌다.

아직도 재봉틀로 손수 옷을 짓고 일용품은 비싼 백화점 대신 열흘에 한번씩 가락동 도매시장에 간다.

집안 어른이 이렇다보니 文씨 아내의 알뜰살림도 시어머니 못지않다.

손수 스웨트와 털모자를 뜨개질해 가족의 겨울나기를 돕고 부업삼아 배운 미용기술로 가족들 머리손질비 지출을 아낀다.

남편도 질새라 하루 두갑씩 태우던 담배도 끊고 중고자동차는 이미 처분한지 오래다.

아빠의 주재관 시절 일본생활을 함께했던 자녀들의 씀씀이도 여느 가정과는 전혀 딴판이다.

신세대가 '기본' 으로 삼는 유명메이커 제품을 애써 외면해온 지 오래이고 군것질 안하기.비디오테이프 가려보기.자전거타기.용돈 저축하기등은 이미 습관처럼 돼버렸다.

더 줄일 것도 없어 보이건만 최근 文씨는 'IMF 비상가족회의' 를 소집했다.

가장의 제안에 가족들이 흔쾌히 내놓은 추가 '고통분담안' 은 ▶아빠 봉급 삭감때 같은 비율로 용돈 줄이기▶공공요금 10% 더 절약하기▶배달음식 안먹기▶불필요한 옷.신발 안사기등 모두 7개항. 이같은 '중대결심' 덕분에 文씨의 가정은 오늘도 주위로부터 'IMF 무풍지대' 라는 부러움을 사며 가훈인 '청락 (淸樂)' 을 실천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