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업중 중소기업, 생산차질 한숨…외국인근로자 환난·부도에 귀국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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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1월 한국에 온뒤 60만원정도 월급을 받아 매달 6백달러쯤 가족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3백달러도 못 보냅니다.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네팔에서 일해도 월 3백~4백달러는 벌 수 있어요. 더 이상 한국에 머무를 이유가 없습니다.” 네팔출신 산토스 (34) 는 당장 한국을 떠나고 싶으나 문제는 산업연수생으로 선발될 때 들인 비용을 아직 건지지 못해 고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3월 국내에 들어온 방글라데시 출신의 자항길 알람 (30) 도 비슷한 처지다.

그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경영악화로 일손을 놓게 되자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성남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 에서 머물며 귀국할 날 만을 손꼽고 있다.

알람씨는 “밀린 월급을 받아 귀국비용이 마련되면 미련없이 떠나겠다” 고 말했다. '코리안 드림' 을 꿈꾸며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환율 급등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와 취업업체의 경영난으로 일하던 업체에서 대거 이탈할 움직임을 보여 중소기업들이 이들을 단속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진출국하면 범칙금을 면제해준다는 정부의 최근 방침에 따라 상당수가 보따리를 쌀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들을 고용하고 있던 3D업종의 중소기업들은 상당한 생산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기도 김포의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D공업의 L총무부장은 “작업특성상 야근이 많은데다 근무환경이 열악해 외국인들이 빠져 나가면 공장을 멈출 수 밖에 없다” 며 “실업대란이라지만 국내인들은 아직도 채용 후 열흘 이상 견디지 못해 떠난다” 고 걱정했다.

경기도 시흥 전자부품업체인 T사도 외국인근로자 10명중 최근 4명이 빠져나갔으나 대체인력을 아직 못구해 납품 물건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체류자들은 지난해 12월27일부터의 범칙금 면제조치 이후 매일 1백50여명씩 출국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3월까지 4만명쯤 한국을 떠날 것으로 법무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일본 등 제3국으로의 밀입국을 주선하는 브로커들까지 등장해 외국인근로자들의 동요를 부추기고 있다.

파키스탄출신의 한 외국인근로자는 “최근 7백만원만 주면 일본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브로커의 제의를 받았다” 며 “동료중 일부는 이미 제3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노동부등 경제관련부처는 이에 따라 외국인근로자들이 일시에 빠져 나가면 국내 산업활동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어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조치를 8월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법무부도 이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는 14만6천명에 달하며 산업연수 외국인근로자는 3만8천명 규모다.

이승녕·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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