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축구경기장 어떻게 돼가나…IMF 한파에 5곳 착공도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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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월드컵 축구경기 유치 도시들이 경기장 건설과 관련,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이후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고 지원.지자체 예산 확보 등 건설경비 조달 계획들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경기장 규모 등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항을 겪고있는 경기장 건설 진척 상황을 점검해본다.

“7백여억원의 부채를 짊어진 서귀포시가 자체 재원만으로 1천여억원이 소요되는 월드컵 경기장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으로 지금이라도 백지화를 검토해야 한다.” 제주 경실련 (經實聯).서귀포 YMCA등 제주지역 사회단체들이 서귀포시의 월드컵 경기장 건립계획에 대해 '예산확보 대책도 없는 장밋빛 환상' 으로 지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며 질타하고 나섰다.

전주지역 사회단체들도 최근 “시 1년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돈을 연간 3~4회 이용할 축구경기장에 투자하는 것은 시민들의 부담을 도외시한 처사” 라며 규모 축소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같은 사정은 이 두 곳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다른 유치 도시들 역시 이미 예정된 국가적 행사라는 점에서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한결같이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경기장 건립 상황 = 인천시의 경우 94년 착공한 문화종합운동장을 축구경기장으로 확대 사용키로 해 현재 43%의 공정을 보이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산도 96년에 착공한 2002년 아시안게임 종합경기장을 축구경기장으로 활용키로 해 현재 토목공사를 끝내고 기둥과 스탠드 건립공사가 한창으로 21%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또 당초 계획했던 종합운동장을 축구장으로 전환한 울산과 2001년 유니버시아드를 치르기 위해 자체적으로 경기장을 건설해 온 대구도 신규 건설이 아닌 탓에 진척이 빠르다.

그러나 축구 전용구장을 짓는 수원시의 경우 기초공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대전.광주.서귀포시는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현재 토지보상작업이 80%가량 마무리돼 오는 3월까지 실시설계를 끝낸 뒤 6월께 착공한다는 계획이고 서귀포시는 완공시기 (2001년 12월) 만 설정해두었을 뿐 착공시기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광주는 올 8월께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오는 31일 입찰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며 전주도 올 9월에나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 22일 간신히 건설경비 조달방안에 합의를 본 서울마포구상암동 주경기장의 경우도 빨라야 99년초에나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국고 지원 기대 = 경기장 건설의 최대 걸림돌은 사업비 조달 문제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시대를 맞아 국가재정의 긴축으로 국고지원.지자체 예산.민간자본 등 모든 조달방법과 규모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부산 5백70억원을 비롯해 인천 4백억원.대전 4백50억원 등 대부분의 유치도시에 건설비의 30% 수준에 해당하는 국고지원이 약속된 상태지만 전액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고지원을 받지않는 조건으로 선정된 전주시까지 경제 사정이 좋아진다는 전망하에 2000년 이후에는 정부로부터 3백90억원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서귀포시도 자체 예산만으로 건립한다는 조건이었지만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자 추가로 국고보조를 받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 등을 동원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니버시아드를 치르기 위해 자체적으로 경기장을 건설해온 대구시 역시 시 예산으로 경기장을 건설한다는 기본입장을 바꿔 문체부에 국고지원을 요청했다.

◇ 엄청난 자체 부담과 민자 유치의 어려움 = 개최 도시가 자체 부담해야할 예산 규모는 엄청나다.

1천억여원의 시예산이 필요한 인천시를 비롯해 전주 4백21억원, 대전 8백74억원등 도시마다 확보해야할 예산이 최소한 수백억원에 이른다.

대전시 관계자는 “연간 가용 (可用) 재원이 1천억원 안팎인 살림 규모로 볼 때 앞으로 4년동안 쏟아 부어야 할 8백70여억원의 경기장 건설비는 큰 짐” 이라고 토로했다.

민간자본 유치부분도 사정은 마찬가지. 국고지원이 전무한 수원의 경우 모 그룹이 운동장 건립비 1천6백여억을 낸다는 계획이며 이밖에 대전이 1백68억원, 전주가 1백억원을 경기장내 사무실이나 상가 등을 분양해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민자에 거는 기대가 높지만 현재의 경제형편으로 미뤄 불안한 상황이다.

◇ 경기장 규모 축소 모색 =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경기장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는 개폐식 지붕을 갖춘 5만5천석 규모 종합경기장을 신축키로 한 당초 계획을 고정식 지붕의 4만5천석 규모로 축소하고 관람석 지붕 비율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주시도 당초 4만3천석에서 4만석 규모로 줄이고 주경기장을 전용구장에서 종합경기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여타 도시들도 경비 절감을 위한 규모 축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최준호·정찬민·홍권삼·황선윤·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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