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심사 때도 보석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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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앞으로 판사가 수사기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심사하면서 피의자에 대한 보석을 허가할 수 있는 등 불구속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는 6일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신구속이 남용되고, 형평성을 잃고 있어 최종영 대법원장에게 인신구속제도 개선을 건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영장 단계에서의 보석제도가 도입되면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를 하면서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석방할 수도 있게 된다. 또 다른 사람이 피의자에 대한 신원보증을 해줄 경우에도 법원은 보석을 허가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영장단계에서 영장발부 또는 기각만이 가능할 뿐 이 같은 담보를 조건으로 한 석방이 불가능하다.

사개위는 또 보증금액을 내고 석방되는 이른바 '금(金)보석'의 폐단을 보완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형사소송법(98조)은 "보석을 허가할 경우 범죄의 성질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출석을 보증할 만한 보증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었다. 이에 사개위는 재산이 없는 사람이나 소년범 등을 위해 보증금 외에 출석서약서 등을 통해 석방될 수 있는 조항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사개위는 지정된 기관에 정기적으로 출석 또는 보고하거나, 피고인의 주거를 일정 지역으로 제한하는 조건만으로도 보석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이 같은 조건만으로는 보석을 허가하기 어렵다. 특히 소년범의 경우 종교.사회단체의 감독을 받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기로 했다.

사개위 홍기태 간사는 "영장단계 보석제도가 도입되면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이 보석허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받는 피의자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사개위는 또 구속집행정지.구속취소.구속적부심.보석 등 현행 석방제도가 너무 복잡해 일반인들이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보고 석방제도의 통합도 건의키로 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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