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위증' 드러날까…녹음테이프 증거효력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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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초점은 과연 클린턴의 위증혐의가 드러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절대로 위증을 강요한 적이 없다" 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클린턴이 생각하는대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르윈스키가 위증을 시인한 17개의 녹음 테이프를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팀이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스타 검사는 백악관에 대해 전자우편과 방문자 출입기록까지 포함한, 르윈스키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타 검사는 클린턴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인 버넌 조던과 클린턴의 백악관 개인비서인 베티 커리에게 연방대배심 앞에서 증언할 것도 요구해 놓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스타 검사가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 클린턴의 위증 혹은 위증사주 혐의를 밝히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는 스타 검사의 수사권이 르윈스키 스캔들에까지 확대되기 전에 얻어진 것이어서 법률적 효력이 있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르윈스키 스캔들 해법의 열쇠는 당사자인 르윈스키의 증언이다.

이와 관련, 르윈스키 변호사측과 특별검사측은 22일 르윈스키의 증언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일단 결렬돼 당초 23일 예정됐던 그녀의 증언은 무기 연기됐다.

르윈스키측이 완전면책 특권을 부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현 단계로는 부분적인 면책특권밖에 부여할 수 없다고 특별검사측이 맞섰기 때문이다.

스타 검사는 르윈스키가 면책특권을 부여받는다면 자신의 의도에 어긋나는 증언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법률 전문가들은 설사 르윈스키가 클린턴과 조던이 위증을 교사했다고 증언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고 말한다.

여러 정황증거에도 불구하고 위증교사를 의도했다는 '마음의 상태' 를 법률적으로 증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더구나 르윈스키의 신뢰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문제도 남는다.

특히 버넌이 "대통령과 상관없이 내 스스로 위증을 요구한 것" 이라고 주장하면 클린턴은 법망을 피할 수도 있다.

르윈스키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계속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문제도 남는다.

결론적으로 이번 르윈스키 스캔들은 하루 아침에 쉽사리 판가름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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