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내외 중·고가 지능형 자전거 만들어 610억 달러 규모 세계 시장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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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가 3일 발표한 ‘자전거 산업 활성화 대책’은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1990년만 해도 한 해에 자전거 153만 대를 생산한 자전거 강국이었다. 그러나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국내 업체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 2007년엔 국내 생산이 2만 대에 불과했다. 일자리도 더불어 사라졌다. 그해 수입은 238만 대에 달했다.

그런 자전거 산업을 정부가 녹색성장 산업의 하나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이유는 두 가지다. 웰빙·친환경 흐름을 타고 세계 자전거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그 하나다. 국제 산업분석 기관들은 전 세계 자전거 시장이 올해 579억 달러(약 75조원), 내년에는 6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자전거 산업이 꼭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란 현실이다. 2007년 이탈리아는 250만 대, 독일은 240만 대를 자국 내에서 생산했다. 부가가치 높은 명품 자전거를 만들어 인건비 문제를 해소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벤츠’ 브랜드 자전거는 대당 500만원 정도 하는 게 보통이고, 샤넬 자전거는 한 대에 1400만원짜리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내 업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이런 명품 자전거를 내놓기는 힘들다. 그래서 목표로 삼은 것이 지능형, 중·고가 자전거다. 기능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값도 그만큼 더 받아 국내 생산에 따른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지능형 자전거 개발은 정부가 주도하고, 업체들은 기술을 받아 쓰도록 할 방침이다. 앞에 가는 물체와 자전거의 속도 변화 등을 감지해 충돌 위험을 예보하는 자전거, 때때로 전기를 동력으로 쓰는 하이브리드 자전거 등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전남 순천과 경북 영천의 자전거 부품·소재 단지에서는 가볍고 탄탄한 자전거용 신소재를 개발하게 된다.


자전거 내수 기반도 확충하기로 했다. 4대 강 정비를 하면서 자전거 도로를 함께 만들고, 전국을 연결하는 자전거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것이 바로 국내 자전거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이다.

김창규 지경부 수송시스템산업 과장은 “정부 대책에 맞춰 몇몇 자전거 업체들이 국내 생산시설 확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권경배 자전거연구조합 이사장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공용 자전거 구매를 많이 늘리고, 또 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면 자전거 국내 생산을 늘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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