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3R 운동으로 ‘쓰레기 제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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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영국에서 한 해 동안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경기장을 몇 번 채울 수 있을까요.”

정답은 ‘2만8450번’이다. 영국 웨일스의 초등학교에서는 정규 수업 시간 중에 이런 환경 퀴즈를 푼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 경기 등을 소재로 해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그러면 아이들은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줄여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유럽 각국이 친환경 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웨일스는 ‘쓰레기 제로’ 라는 야심 찬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2050년까지 식료품과 의류, 가전제품 등 모든 생활용품을 재활용해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가정·기업 등이 모두 참여하는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웨일스는 3R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고 (Reduce)’ ‘버릴 물건을 다시 사용하고(Reuse)’ ‘재활용 제품을 적극 사용하자(Recycle)’는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이중 포장을 하지 않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공기 청정제와 세제 등은 리필이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수퍼마켓 등에서 비닐 봉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항상 자동차에 장바구니를 준비하고 다니자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또 연간 500t에 달하는 의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이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다른 가정용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편지봉투 두 번 쓰기 운동도 하고 있다. 편지봉투 겉장에 접착용 종이를 덧붙여 그 위에 주소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받는 사람은 덧붙인 종이를 떼어낸 뒤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가정에서 비닐랩이나 포일은 쓰지 않고 수퍼마켓에 많이 나와 있는 100%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현재 웨일스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30%를 넘는데 1차 목표로 2025년까지 70% 선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웨일스에는 지난해 말 쓰레기 없는 마을이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세인트 아반시의 250개 가정이 모여 있는 ‘쓰레기 제로 마을(zero waste village)’이다. 이곳에서는 음식물과 휴대전화 배터리, 프린터 토너 등 모든 쓰레기를 앞으로 10년 내에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웨일스 의회는 쓰레기 재활용 처리 시설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면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는 게 의회의 생각이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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