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화학 등 기초과학 필수 과목으로 가르쳐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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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35면

올 1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해 세운 ‘국가교육과학기술정책 비전과 전략’에 따라 교육과정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최근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으로 전국을 돌며 국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또 ‘기초과학학회 협의체’와 ‘국회 미래과학기술·방송통신 포럼’은 3월에 ‘수학·과학 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현행 과학 교육과정을 비판하면서 특히 총론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비판했다. “수학·과학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인식돼 왔고 해결 방안도 공유되고 있는데, 왜 계속 똑같은 성토만 하고 있는가”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과학 교육과정에 대한 자연계 대학 교수들의 이런 불만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그때마다 교육과정 개편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가 급속히 바뀌고 학문이 눈부시게 발전하기 때문에 과연 중등학교 수준의 교육도 몇 년마다 바뀌어야 하는 것인지? 막상 교과서를 보면 10년 전이나 별로 다를 게 없는데 말이다.

교육과정 개편에서 실질적인 핵심은 총론 수립에 있다. 교과목에 수업 시수를 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론 수립은 주로 일부 교육학자에 의해 이뤄져 왔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하향식(top-down) 교육과정 개편은 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됐다. 과학 과목에 대한 총론마저도 과학 전문성이 부족한 교육학자들이 정했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교육과정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교과’와 ‘과목’이라는 게 있다. 예컨대 국어 ‘교과’에는 독서·문법·문학·작문 등의 ‘과목’이 있다. 과학 ‘교과’에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의 ‘과목’이 있다. 따라서 국어라는 ‘교과’와 과학이란 ‘교과’는 서로 동급이지만 물리라는 ‘과목’은 국어 ‘교과’에 비해 급이 낮은 독서·작문 ‘과목’급으로 취급된다.

그 결과 과학기술의 기본이 되는 물리·화학 등의 기초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돼 있다. 학생들에게 자율을 준다는 것은 그럴 듯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실은 학생들에게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그 결과 물리2 과목은 수능 시험 응시생 약 55만 명 중 3%도 선택하지 않는다. 공대 입학생의 대부분이 물리2를 이수하지 않는 게 우리의 기형화된 현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학교 교육을 예로 들면서 미국 학생들도 공부를 더 시켜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실패한 미국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

또 하나의 고질적 문제는 나눠먹기 방식의 교과과정 편성이다. 과목 내용에 따라 수업 시수가 편성되기보다 과목별로 고르게 나뉘고 있다. 심지어 교과서 쪽수까지 과목별로 고르게 나누고 있다. 과목별 이해관계로 인해 나눠먹기 식으로 교육과정이 짜이는 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그러면 21세기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을 위해 미래형 교육과정을 만들고자 하는 이번 개편의 목적을 온전히 구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 교육과정 총론의 결정 과정에 학문 분야별 전문가들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둘째, 고교 교육과정에서 물리·화학과 같은 기초과학 과목은 학교 교육에서 필수 과목이 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역사와 같은 기초인문 과목도 필수 과목이 돼야 한다. 전체 시수를 늘리지 않고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과정 입안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고질적인 나눠먹기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교과과정 개편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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