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대만 달러외교 "동남아 위기 악용"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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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한 대만의 달러외교 때문에 중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특별성명에서 "대만이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위기를 이용해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정부 차원으로 격상시키려 하고 있다" 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대만이 이른바 '남향 (南向) 정책' 을 내세워 금융지원을 조건으로 이들 국가의 정치적 보답, 즉 정부 차원의 거래를 통해 외교관계 격상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발끈하는 것은 중국과 수교하고 있는 일부 동남아 국가들이 대만의 달러외교에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은 이달초 중국의 공식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만 경제건설위 장빙쿤 (江丙坤) 주임을 단장으로 한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공식 방문을 받아들였다.

이를 방치할 경우 동남아 국가와 대만간의 관계 격상은 불을 보듯 뻔하고 앞으로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대만과 유사한 거래를 하더라도 중국으로선 속수무책이라는 판단이다.

중국의 고민은 대만의 달러공세를 차단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최근 IMF와는 별도의 지원을 해달라는 한국.인도네시아의 요청에 따라 차관 제공방안을 검토중이다.

내부 방침이 결정되는대로 지원규모 및 시기.방법을 한국 등과 협의할 방침이다.

한국은 1백억달러 가량의 지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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