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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외유 2년만에 가극 '눈물의 여왕'으로 3월 컴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30대 중반에 제2의 연기인생을 열겠다.”

'끼와 색깔의 배우' 이혜영 (35) 이 2년전 파리로 떠나기 전에 밝혔던 각오다.

96년 이혜영은 당시 크게 화제를 모은 '문제적 인간 - 연산' (이윤택 작.연출)에서 요부 (妖婦) 장록수역을 끝내고, 이 한마디만 남긴 채 파리로 훌쩍 떠났었다.

그리고나서 연락두절. 얼마되지 않아 '이혜영 잠적' 이란 소문이 퍼졌고, '젊은 남자' 와의 염문설도 뒤따랐다.

이혜영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역만리에서 스타로서의 유명세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세월이 약' 인양 이럭저럭 세인의 관심밖에 있던 이혜영이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저간의 모든 소문을 일축하며 이혜영은 '공부 많이 한' 성숙한 배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재도약의 출발점은 아주 단단해 보였고, 대화속에는 그 진실이 담겨있었다.

“파리에 개설된 각종 연기워크숍에 참가해 재충전하는 게 큰 일거리였어요. '절대고독' 속에서 외로움을 이런 열정으로 달랬지요. 가끔씩 친구 (무대의상 디자이너 이유숙.국립극단 손봉숙 등) 와 남불 (南佛) 이나 에게해를 여행하는 등 보다 넓은 세상을 체험한 것도 중요한 일정이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외유' 는 이혜영에게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구도의 여정이 됐던 모양이다.

그래선지 2년만에 돌아와 처음으로 만나는 이혜영의 컴백 무대는 삼성영상사업단의 첫 창작품인 대중가극 '눈물의 여왕' (이윤택 작.연출) 이다.

'눈물의 여왕' 은 50년대 전설적인 악극스타였던 전옥의 인간됨을 우리 스타일의 뮤지컬 (이를 연출가는 '대중가극' 으로 명명했다) 로 재현하는 무대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전옥은 당연히 이혜영의 몫이다.

“6.25 당시 유랑극단으로 떠돌던 백조가극단이 인민군과 국방군 사이에서 겪는 애환을 담게 됩니다.

이데올로기와 사랑의 갈등 같은 거지요. 전옥은 당시 '하늘과 땅을 울리게 했다' 는 이 가극단의 간판배우였어요.” 이제 50.60대 어른들이나 기억할 이 악극계의 전설적 스타에 관해 이혜영은 어머니에게서 딱 한번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50년대말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서 전옥이 스칼렛 오하라역을 맡았는데, 코르셋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비비안 리보다도 더 예뻤단다.

그러나 워낙 전옥이 이같은 '거물' 이었기에 이혜영은 불안하다.

특히 당시의 대중가요를 그대로 살린 창법과 독특한 발성법이 문제. 하지만 다행이 연출자의 격려가 도움이 되고 있다.

“제 목소리의 음색이 가극 스타일에 맞는대요.” 아직도 “스타이전에 배우 그 자체가 꿈” 이라는 이혜영은 “이국풍의 배우라는 기존 이미지를 깨고 한국적 여인상을 살려내는 게 이번 무대의 목표” 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작품에는 당대의 악극배우 원희옥 (전옥의 수양딸) 이 실제 출연하고, 전도연.조민기 등 청춘스타와 신구.김학철.이호성.정규수 등 연극계의 쟁쟁한 연기파들이 대거 출연해 이혜영의 분발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눈물의 여왕' 은 3월26~4월12일 매일 오후3시.7시30분 (첫날.30일 낮밤, 4월5일 밤 공연 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02 - 278 - 4490.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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