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도전한다]5.<끝>닛시미디어 정우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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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94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LA) 카운티 토렌스지역의 한 주택 차고. 이 해에 한국에서 건너온 정우균 (鄭宇均.28.미국명 데이빗 정) 씨는 1천2백달러짜리 패커드벨 PC 한 대로 회사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닛시미디어' .닛시 (NISSI) 는 히브리어로 '승리' 라는 뜻. 반드시 정보통신의 본토 미국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로부터 4년이 채 못된 무인년 새해 아침. 닛시미디어는 LA시내 윌셔가에 있는 에큐터블빌딩 19층의 번듯한 사무실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짰다.

회사는 어느덧 연간 매출액 2백만달러 수준의 벤처기업으로 자란 상태다.

닛시미디어는 당초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출발했다.

대학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을 졸업한 뒤 이민 간 가족과 합류한 鄭씨는 일정관리.타자연습등 프로그램을 개발, 교포들을 상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민온 제가 마땅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히트를 치면서 미국 생활에 자신을 갖게 됐습니다.

" 사업이 뭔지도 몰랐던 그는 2년간 정신없이 뛴 끝에 세계인을 상대로 사업을 벌일 욕심을 냈고 눈을 돌린 분야가 바로 인터넷텔레포니통합서비스 (ITI) .ITI란 PC없이 전화만으로 인터넷웹사이트를 검색하고 전자우편을 음성으로 확인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서비스다.

미국에선 현재 개척 중이며 국내에는 鄭씨가 지난해 소개해 PC통신회사등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ITI에다 인터넷폰을 결합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에서 시내전화 한 통으로 한국의 증권시세를 알 수 있습니다.

" 실리콘밸리에서도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그는 곧 10여 명의 프로그래머를 영입할 계획이다.

맨주먹으로 시작했지만 鄭씨는 프로그램기술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시장 흐름도 정확히 내다봤다.

그는 "벤처기업은 아이디어와 함께 도전정신을 갖춰야 한다" 고 말했다.

이는 물론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鄭씨는 이제 LA 북동쪽의 실리콘밸리를 응시하고 있다.

한국인의 기상으로 '희망의 단지' 를 정복하기 위해서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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