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선전 갑부들 연휴 맞아 충칭으로 신부 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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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황금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광저우, 선전 일대 갑부들이 신부감을 찾아 나들이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가오단(高端)결혼정보업체에 따르면 현재 충칭지역의 여성 참가 신청자수가 이미 600여명을 넘어섰다고 지난 23일자 광저우일보(廣州日報)가 보도했다. 공무원, 교사, 의사, 예술가를 비롯해 대학생에서 석•박사까지 다양한 계층의 여성들의 신청이 빗발치자 30~50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지만 60명으로 선발인원을 늘렸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이번 활동에 참여한 기업인은 광저우, 선전 일대 갑부 10명으로 최소 500만 위안(한화 10억 원)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했으며, 나이는 35~45세 사이로 대다수가 1000만 위안 대의 자산가다. 그 중에는 1억 위안 대의 자산가도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렇다면 참가자들이 재력가란 사실은 과연 어떻게 증명할까? 주최측은 참가신청한 기업가들의 호적등본, 미혼 증명서, 이혼증명서 등의 문서를 통해 싱글임을 확인했으며, 사업자등록증 및 재산증빙관련서류(부동산, 차량소유문서, 보유주식, 세금증명, 값비싼 보석이나 서화)등을 통해 재산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주최측 관계자는 중국의 충칭 지역 여성들은 피부가 곱고 성격이 밝고 활달하기로 유명하며, 부모들이 딸의 결혼과 행복에 유달리 높은 관심을 쏟고 있어 이번 여행의 목적지를 충칭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들 부호 맞선 여행단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법률전문가는 결혼정보업체가 엄격한 심사기준을 거쳤다고 선전하지만 광고 효과를 높이고 이득을 취하기 위한 과대광고일 수 있다고 이번 행사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구혼자의 신분 및 자산현황에 대한 심사를 결혼정보업체가 아닌 제3의 기관이 맡아서 해야 그나마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호 맞선 여행단의 참가비는 최고 2만9999위안(한화 약 600여 만원)으로 적지 않은 액수다.

10명의 참가자 중 최연소자인 올해 25세의 구(谷)씨는 평소 업무과 관련해 만난 여성들이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다며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아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선전의 한 전자공장업체사장 구(顧)씨(35)는 이런 맞선 이벤트에 이미 여러 번 참여했지만 아직까지 인연을 만나지 못해 또 참여하게 됐다며 자신은 이른바 ‘3고 여성(고학력, 고수입, 고지위)’을 원하며 “그 중에 석•박사 출신이 가장 좋다”고 툭 터놓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번 행사가 결혼소개업체의 허위과장광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기업가와의 결혼이 바로 ‘행복한 결혼’을 뜻하진 않는다며 돈을 가치판단의 척도로 삼는 젊은 여성들의 비뚤어진 결혼관을 꼬집었다.

선우경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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