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아시아위기 해소할 새로운 협력틀 속히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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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꼭 1년전 태국 바트화 (貨) 폭락에서 시작된 위기가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를 거쳐 홍콩.대만, 그리고 한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11위의 경제국가인 한국은 중병을 치료받기 위해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 있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도 극심한 피로증세를 보여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도미노 위기' 의 다음 희생자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중국도 신속한 대응책이 없을 경우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위협적 상황이다.

지난 95년 멕시코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통화기금 (IMF) 은 대규모 자금지원으로 위기수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1천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자체재원과 국제사회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나, 둘 아시아 국가가 파산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는 침몰중인 타이태닉호처럼 점점 위기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IMF가 자금지원 조건으로 요구한 경제구조조정으로 아시아는 당장 심각한 긴축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등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악순환이 바야흐로 시작된 느낌이다.

정치지도자들은 약속한 개혁을 주저하는 인상을 줌으로써 전반적 불신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과거의 성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침체를 투자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국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어 급기야 경제 전체가 마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1930년대와 같은 세계적 대공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IMF와 국제사회, 또 아시아 지도자들은 아시아 경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면서 구멍을 메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부유한 국가들도 지원에 인색해서는 안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기업과 은행.정부간의 투명하고 건전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세계화라는 경제의 상호 의존성은 한 지역의 위기로 세계 전체가 겪게 되는 위험을 세계 공동체가 다 함께 떠안는 노력을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정부' 의 이상이 아직은 성급한 유토피아 차원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은 아시아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협력의 틀을 하루속히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르 몽드 8일자 사설="본사특약"> 정리 = 배명복 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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