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의 정치인]박태준 자민련총재…"경영체험 살려 구조조정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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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대 (對) 재벌 창구' 로 나섰다.

올해 첫 'DJT 주례회동' 에서 金당선자가 이같은 역할을 朴총재에게 당부한 것이다 (金鍾泌 자민련명예총재는 방일중) . 과거에는 재벌 총수들이 당선자에게 줄을 대 '독대' 하고 은밀한 대화를 나눈뒤 '당선 축하금' 을 전달하곤 했었다.

그런데 金당선자는 '재벌정책 설명' 임무를 朴총재에게 맡겼다.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를 맞아 대기업이 앞장서서 구조조정을 해달라는 요청도 朴총재 몫이다.

朴총재는 “차기 정부의 대기업정책에 대해 金당선자와 나의 인식은 똑같다” 고 전제하고 “노동계의 (정리해고)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기업 사이드의 뼈아픈 거품빼기는 불가피하다” 고 강조했다.

- 어떤 방식으로 재벌 총수들을 만나게 됩니까.

“다음주부터 일정을 잡아 5대나 10대 재벌의 총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려고 합니다.

그 후에도 필요할 때는 수시로 만날 수 있을 거요. ”

- 재벌 총수들이 새 정부의 대기업정책 등에 대해 적잖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데요.

“내가 기업을 직접 해봤던 사람인데 그 심정을 모를 리 있습니까 (웃음) .대기업이 체질적으로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해요. ”

- 현재 나온 재벌정책이라는 게 상호지급보증 폐지, 결합재무제표 작성 정도가 아닌가요.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요. 충격적이지. IMF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 노동계의 정리해고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재벌문제를 꺼내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설사 정리해고제가 시행된다 해도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청와대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어요. 다른 정부조직은 행정개혁위원회가 하겠지만 청와대는 그렇게 하겠다는 게 金당선자의 말씀입니다.

대기업도 그런 식의 구조조정을 해야하지 않겠어요.”

- 또다른 구조조정 아이템은 뭐가 있겠습니까.

“인센티브를 줘 문어발식 경영을 업종전문화로 유도해야겠지요. 재벌체질 중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재무구조예요. 어느 자동차회사를 보니까 자기자본 비율이 0.8%라데. 그러고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지.”

- 재벌기업들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죠.

“어쨌든 재벌의 구조조정은 노사정 (勞使政) 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를 도와주고 있는 IMF와 G7 국가, 그리고 뉴욕 월가 민간은행들의 투자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반드시, 또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겁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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