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왔다갔다 하는 정부 부동산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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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건설 경기 연착륙 대책이 나왔다. 공공사업과 택지공급 확대, 중대형 임대아파트 건설 등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가 가라앉은 판에 국내총생산의 17.5%를 차지하는 건설경기마저 얼어붙게 두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현재의 문제점과 해결 방향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건설경기 침체의 핵심은 수요 부진에 있다. 거래가 끊기고 분양이 안되는 데 따른 결과다. 지금도 서울과 수도권 일부 요지를 제외하고는 미분양 주택이 많다. 이런 판에 공급 확대만으로 건설경기 연착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투기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높은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 및 보유세로 진입과 퇴로를 모두 막아놓고 있다. 투기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에 대한 믿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투기 열풍이 몰아치자 '일단 묶고 보자'는 식으로 온갖 초강수를 동원했다. 그 전에는 경고를 무시했다가, 막상 투기가 터지자 여론에 등 떠밀려 허겁지겁 규제 일변도로 돌아섰다. 그래놓고 뻔히 예상됐던 부작용이 불거지자 이번에는 불과 반년여 만에 다시 '완화책'을 찾고 있다. 정부가 개발 규제를 완화키로 한 관리지역(옛 준농림지)은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정부 정책이 이렇듯 온탕 냉탕을 거듭하니 국민은 못 미더워 하고, 대책도 약발이 안 듣는 것이다.

최근 정부 움직임을 보면 쫓긴다는 느낌이 든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경제가 "2분기부터 좋아질 것"이란 이헌재 부총리의 호언장담과는 반대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일관성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투자와 소비를 가로막는 주요인은 정책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치밀한 분석과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지, 급하다고 규제 풀고 돈 풀고, 집 더 짓는 등 옛날과 똑같은 방식으로는 신뢰도 못 주고, 효과도 거두지 못한다.